19. <현악영산회상>                                      
  


영산회상은 불교의 성악곡이 기악화한 곡으로 하나로 완결된 긴 곡이 아니라 여덟 또는 아홉 곡의 작은 곡들이 모음곡처럼 연결되어 하나의 완성된 곡을 이루는데, 작은 곡들은 생성시기가 각기 달라서 속도나 리듬구조가 다르며, 서로 변주․변화 관계에 있는 것도 있다.
15세기의 음악을 기록한『대악후보』와 1493년에 만들어진『악학궤범』에 기록된 영산회상은 처음에는 '영산회상불보살(靈山會相彿菩薩)'이라는 불교가사를 관현악 반주로 노래하던 불교음악이었으며, 또한 향악정재의 반주 음악으로 사용되었다고 전한다. 이와 같이 본래 불교의 성악곡이던 영산회상이 중종(1506-1544)때 이르면 불교가사가 '사만년사'로 개작되고 세속화하기 시작하여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가사는 없어지고 순 기악곡으로 변화한다.

현행 영산회상에는 가사로 노래하던 상령산(上靈山)에서 파생한 중령산(中靈山), 세령산(細靈山), 가락덜이가 있고 후에 추가된 삼현(三絃)도드리와 그의 변주곡인 하현(下絃)도드리 그리고 불교노래의 하나인 염불도드리가 있으며, 또 불교음악과는 무관한 타령(打令), 군악(軍樂)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이 영산회상은 상령산 한곡에서 비롯하였으나 그로부터 중령산 등이 파생되고 새로운 곡이 결합 하면서 전체 9곡에 이르는 모음곡을 완성하였다.

영산회상은 악기편성, 선율형태, 연주방법 등에 따라 영산회상 즉, 현악영산회상, 관악영산회상, 평조회상 등의 세 가지가 있다. 그리고 현악영산회상은 도드리, 천년만세 등과 결합하여 여러가지 형태로 연주된다.

현악영산회상(絃樂靈山會相)은 율방을 중심으로 연주되던 소규모의 실내 합주음악이며, 조선조 중인 선비계층 등 음악애호가들이 즐기던 음악으로 특히 거문고 선율을 중심으로 연주한다고 하여 거문고회상이라고도 하고 중광지곡(重光之曲)이라는 이름도 있다.

음량이 적은 세피리와 대금, 해금, 가야금, 거문고, 장구, 단잽이로 연주하며, 근래에는 단소와 양금이 함께 연주되기도 한다. 이러한 악기편성의 관현합주 음악을 '줄풍류'라고 부르기도 한다.

 scene.gif


* 추천 음반 :
  국악 제3집<영산회상>

서양음악을 즐기다가 국악으로 오면 제일 혼란스러운 것이 국악곡의 이름이다. 영산회상도 마찬가지이다. 복잡하다. 넓은 의미의 영산회상 밑에 좁은 의미의 영산회상이 있는데, 현악영산회상이라고 한다. 이 현악영산회상은 거문고가 음악을 주도한다고해서 거문고회상 또는 줄풍류(현악합주곡)이라고도 하고, 중광지곡이라기도 한다.

곡은 상령산, 중령산, 세령산, 가락덜이, 삼현도드리, 하현도드리, 염불도드리, 타령, 군악의 9곡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9곡은 따로 끊지 않고 계속 연주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각곡의 시작과 끝을 알기가 어렵다. 상렬산, 중령산의 구분이 잘 안되고, 세령산과 가락덜이가 또 삼현도드리, 하현도드리, 염불도드리 등이 같은 선율의 반복이기 때문에 또한 구분하기가 어렵다. 우스개지만, 연주자들도 도드리 부분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 빙빙글 도는 촌극도 있다고 들었다. 이것이 또한 국악에 접근하기를 어렵게하는 부분이기도하다.

이 음반은 1987년에 국립국악원 연주단에 의해 녹음되었다. 세피리에 정재국, 대금 김응서, 해금 양경숙, 가야금 최충웅, 거문고 이오규, 양금 임재심, 단소 김중섭, 장구 김태섭 명인이 연주하였다.

선비들이 정신수양의 수단으로 연주했던 줄풍류 한바탕을 지긋하게 감상해 보기를 권한다.(2004.11.30)
 


scene.gifscene.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