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별곡>(정상지곡)                             
  


영산회상은 불교의 성악곡이 기악화한 곡으로 하나로 완결된 긴 곡이 아니라 여덟 또는 아홉 곡의 작은 곡들이 모음곡처럼 연결되어 하나의 완성된 곡을 이루는데, 작은 곡들은 생성시기가 각기 달라서 속도나 리듬구조가 다르며, 서로 변주․변화 관계에 있는 것도 있다.

15세기의 음악을 기록한『대악후보』와 1493년에 만들어진『악학궤범』에 기록된 영산회상은 처음에는 '영산회상불보살(靈山會相彿菩薩)'이라는 불교가사를 관현악 반주로 노래하던 불교음악이었으며, 또한 향악정재의 반주 음악으로 사용되었다고 전한다. 이와 같이 본래 불교의 성악곡이던 영산회상이 중종(1506-1544)때 이르면 불교가사가 '사만년사'로 개작되고 세속화하기 시작하여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가사는 없어지고 순 기악곡으로 변화한다.

현행 영산회상에는 가사로 노래하던 상령산(上靈山)에서 파생한 중령산(中靈山), 세령산(細靈山), 가락덜이가 있고 후에 추가된 삼현(三絃)도드리와 그의 변주곡인 하현(下絃)도드리 그리고 불교노래의 하나인 염불도드리가 있으며, 또 불교음악과는 무관한 타령(打令), 군악(軍樂)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이 영산회상은 상령산 한곡에서 비롯하였으나 그로부터 중령산 등이 파생되고 새로운 곡이 결합 하면서 전체 9곡에 이르는 모음곡을 완성하였다. 영산회상은 악기편성, 선율형태, 연주방법 등에 따라 영산회상 즉, 현악영산회상, 관악영산회상, 평조회상 등의 세 가지가 있다. 그리고 현악영산회상은 도드리, 천년만세 등과 결합하여 여러가지 형태로 연주된다.

별곡은 현악영산회상의 연주와 관련하여 특별한 방법(혹은 이 방법으로 연주하는 곡 전체를 일컫는 이름)으로 연주하는 곡을 말하는데 현악영산회상 중간에 도드리를 넣어 연주하는 별개의 곡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정상지곡'이라는 이름도 있다.

별곡의 연주 방법은 다음의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상령산부터 시작하여 중령산, 세령산, 가락덜이, 삼현도드리 4장까지 연주하고, 도드리 초장으로 넘어가 7장까지 연주한 다음 다시 삼현도드리 4장만을 연주하고 하현도드리, 염불도드리, 타령, 군악에 이어서 계면가락도드리, 양청도드리, 우주가락도드리까지 계주하는 방법

2. 첫번째의 순서에서 천년만세 즉, 계면가락도드리, 양청도드리, 우조가락도드리를 빼고 군악까지만 계주하는 방법

3. 도드리부터 시작하여 우조가락도드리까지 계주하는 방법

4. 도드리에서 시작하여 계면가락도드리, 양청가락도드리, 우조가락도드리를 빼고 군악까지 계주하는 방법

 scene.gif


* 추천 음반 :
  국립국악원이 추천하는 한국의 전통음악 <수제천, 별곡>

국악을 보통 이분법으로 정악과 민속악으로 나눈다. 정악이란 바른 음악이라는 뜻으로 궁중이나 상류 계급층이 향유하였던 음악이고, 민속악은 일반 서민들이 즐겨들었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정악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야 할 첫 번째 기관이 국립국악원이다. 하지만, 정악 CD음반을 제일 활발하게 녹음, 출반하고 있는 곳도 국립국악원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정악을 제일 많이 연습, 연주하고 있는 단체가 국립국악원 정악단이고, 훌륭하게 녹음할 수 있는 연주회장, 예악당, 우면당을 거느리고 있는 단체, 제일 적은 돈으로 정악음반을 출반할 수 있는 곳이 국립국악원 정악단이지만, 지금까지는 그러하지 못했다.

오래간만에 국립국악원의 기획으로 나온 정악음반 <수제천, 별곡>이다. 2003년 3월, 예악당에서 녹음(실황녹음은 아님)된 것이다. 이 음반에 실린 '별곡'은 9곡 중 처음 4곡은 도드리 장단의 음악이고, 제8곡 양청도드리를 제외하면 타령장단이다. 그래서 이 음반에 담긴 '별곡'은 도드리와 타령장단으로 구성된 음악이다. 장단 구성으로 보았을 때, 말 그대로 영산회상과는 별도의 곡이 된 것이다. 이렇게 구성된 '별곡'에는 음악적 중용의 정신이 담겨져 있다. 우리에게 차분함과 편안함을 준다.

이무지치가 녹음한 비발디의 '4계'는 1959년에 아요와 녹음한 것이, 푸르트뱅글러가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운명'은 1954년에 비인필과 녹음한 것이 명반이라고 선택하듯이, 국립국악원 정악단도 주기적으로 녹음을 남겨 정악음반도 국립국악원 정악단이 몇 년에 녹음한 연주가 최고다, 아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 음반에는 '수제천'(이 홈피의 차례에서 '수제천' 을 찾아보세요)도 실려 있다.(2004.11.30)
 


scene.gifscene.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