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가진회상>                                     
  


영산회상은 불교의 성악곡이 기악화한 곡으로 하나로 완결된 긴 곡이 아니라 여덟 또는 아홉 곡의 작은 곡들이 모음곡처럼 연결되어 하나의 완성된 곡을 이루는데, 작은 곡들은 생성시기가 각기 달라서 속도나 리듬구조가 다르며, 서로 변주․변화 관계에 있는 것도 있다.

15세기의 음악을 기록한『대악후보』와 1493년에 만들어진『악학궤범』에 기록된 영산회상은 처음에는 '영산회상불보살(靈山會相彿菩薩)'이라는 불교가사를 관현악 반주로 노래하던 불교음악이었으며, 또한 향악정재의 반주 음악으로 사용되었다고 전한다. 이와 같이 본래 불교의 성악곡이던 영산회상이 중종(1506-1544)때 이르면 불교가사가 '사만년사'로 개작되고 세속화하기 시작하여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가사는 없어지고 순 기악곡으로 변화한다.

현행 영산회상에는 가사로 노래하던 상령산(上靈山)에서 파생한 중령산(中靈山), 세령산(細靈山), 가락덜이가 있고 후에 추가된 삼현(三絃)도드리와 그의 변주곡인 하현(下絃)도드리 그리고 불교노래의 하나인 염불도드리가 있으며, 또 불교음악과는 무관한 타령(打令), 군악(軍樂)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이 영산회상은 상령산 한곡에서 비롯하였으나 그로부터 중령산 등이 파생되고 새로운 곡이 결합 하면서 전체 9곡에 이르는 모음곡을 완성하였다.

영산회상은 악기편성, 선율형태, 연주방법 등에 따라 영산회상 즉, 현악영산회상, 관악영산회상, 평조회상 등의 세 가지가 있다. 그리고 현악영산회상은 도드리, 천년만세 등과 결합하여 여러가지 형태로 연주된다.

가진회상은 상령산에서 군악까지 9곡 연주한 뒤에 천년만세(千年萬歲)를 덧붙여 연주하는 것을 부르는 이름이며, 상령산에서 군악까지 9곡만을 연주하는 것을 민회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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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음반 :
  <가진회상> -정농악회-

영산회상의 9곡의 연속연주에 익숙해진 음악인들은 더 긴곳을 연주하기 위해 새로운 변주 방식을 고안해 냈다. 영산회상 전곡을 연주하는 중간에 도드리와 도드리의 변주곡을 삽입하여 자체 연주를 확장시키고, 마지막 곡인 군악 뒤에 천년만세인 계면가락 도드리, 양청도드리, 우조가락 도드리를 이어 연주함으로서 오래 연주하는 전통을 만들었다. 여러 곡을 갖추어 연주하는 영산회상 이라는 뜻에서 '가진회상'(가즌회상)이라는 곳명이 생겼다.

1976년에 창단된 정농악회는 1982년에 성음에서 4장의 LP <영산회상>을 출반하였고, 이 음반은 2000년에 CD 4장으로 신나라뮤직에서 재발매하였다. 이 4장의 음반에는 3개의 영산회상과 별곡이 실려 있다. 이에 더하여 이번에 가진회상을 출반하여 영산회상의 모든 것을 갖춘 셈이 되었다.

정농악회의 음악 속에는 구름가고 물 흐르듯 천지 자연 속을 허허로이 유영해 가는 절대 자유의 멋이 있다. 가없이 청초하고 고아한 선비방의 깔끔함이 고스란히 담겨져서 마치 은은한 묵향처럼 피어 오른다. 거문고 김선한, 가야금 김정자, 양금 이지영, 해금 강사준, 세피리 정재국, 대금 황규일, 단소 이두원, 장구 박문규 명인들이 참여하였다. 정농악회가 연주한 음반은 언제나 들어도 좋다. 그래서 자신있게 권할 수 있다.

각박한 현대 생활에 가진회상 한바탕을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그것은 행복이다.(200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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