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피리산조>                                        
  


꿋꿋하고 힘찬 음색과 큰 음량으로 합주음악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피리는 선율을 주도하는 악기로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극적인 분위기와 긴장감, 악상의 대비를 요구하는 산조를 표현하기에는 음역이 좁아 많은 제한이 있다. 그런 이유로 다른 악기의 산조가 형성된 1950년대까지 피리산조의 틀은 짜이지 않았다.

1960년대 초에 이충선(李忠善:1901~1989)이 대금산조에서 따온 가락들로 피리 산조를 짰지만 산조라기보다는 피리시나위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충선 가락은 서한범에 의해, 오진석가락은 정재국에 의해, 지영희 가락은 박범훈에 의해 다듬어졌다. 특히 지영희 가락은 가장 늦게 생성되었지만 박범훈이 근대 작곡개념을 산조에 도입하여 창작하고 악보로 전승하여 구전의 한계를 극복하였다.

이충선류 피리산조의 장단은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굿거리·자진모리 등으로 짜여 있다. 특히 진양조와 중모리는 대금산조와 거의 비슷한 조나 가락을 가지고 있고, 굿거리와 자진모리는 피리 시나위 가락을 옮긴 것이다.

박범훈류 피리산조의 가락은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 등의 장단으로 짜여 있다. 피리의 좁은 음역을 고려하여 전조(轉調)를 중심으로 가락이 구성되었는데, 연주가 까다로운 청의 음계는 쓰지 않고 다른 산조에 비해 단순한 음계를 사용하고 있다.

서용석류 피리산조를 한세현이 구음으로 배운 후 여기에 피리 고유의 연주기법 등을 가미한 한세현의 피리산조는 다른 산조에 비해 아기자기한 맛을 간직한 산조이다.

오진석의 피리산조는 이생강의 채보로 남아있었는데, 이를 정재국이 오진석류 피리산조라 할 수 있는 피리산조를 재정리하여 1972년에 피리산조로는 최초로 무대에서 선을 보였고,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로 구성된 정재국류 피리산조로 전승하고 있다.

피리 주법상의 독특한 더름치기․목튀김․혀치기․비청주법 등의 기교가 한껏 발휘되는 음악으로 꿋꿋하고 시원한 느낌을 주며, 전체적으로 다양한 조들을 활용하여 음계의 변화와 본청의 이동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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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음반 :
  93일요명인명창전 2 <정재국 피리독주집>

서울음반에서 1994년 제작발매한 <정재국 피리 독주회>음반에는 정재국 명인이 1993년 9월 26일 국립국악원 소극장에서 ‘1993년 일요명인명창전 시리즈’의 하나로 연 피리 독주회의 공연실황이 그대로 녹음되어 있다.

정재국 명인은 1956년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 양성소에 2기생으로 입학하였으며, 1966년 국립국악원 연주단 연주원으로 발령받아 근무하면서 수차례 독주회를 열고 해외공연을 한 바 있다. 1993년에는 중요무형문화제 제46호 대취타 보유자로 지정받았으며 서울대, 이화여대, 추계예술대학교, 한양대학교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다가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정재국은 이왕직아악부 4기생으로 최순영, 이석재의 뒤를 이은 수피리인 가농 김준현의 수제자로 그의 가락을 오롯이 전승한 피리 명인이다. 이 음반에는 수제천, 잦은한잎(계면두거), 상영산(세피리), 단소독주(청성곡), 피리산조(정재국류), 대취타 등이 수록되어 있는데, 한 곡 한 곡마다 정재국 명인의 피리 가락은 말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

수제천과 잦은 한잎 두 곡의 향피리 소리는 새벽녘 고요함을 깨고 울리는 수탉의 성음을 연상케 하고 세피리로 연주하는 상영산은 또 그렇게 섬세하고 유려할 수가 없다. 정재국이 담양 출신의 오진석 선생의 피리 시나위를 정리하여 재구성한 정재국류 피리산조와 대취타 연주는 꿋꿋하고 장쾌하다. (200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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