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재담>                                             
  


재담은 전문가와 비전문가들이 구술한 재치있고 재미스런 이야야기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설화를 중심으로 하는 구전된 재담을 가리킨다.

재담을 곁들인 놀이의 연원은 삼국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고려, 조선조를 통해서도 이러한 놀이는 애호되어 잡희, 가무백희, 규식지희, 소학지희로 불려졌고 고려 문장가 이색의 시 <산대잡극>(山臺雜劇)을 통해서 재담의 소통경로를 짐작할 수 있다. <특별무쌍춘향전>, <남원고사>, <토별가>, <별쥬부전>에서는 재담을 ‘부침 슈작, 말솜시, 우슴의 말, 익, 욕, 향기로운 말, 구변, 지혜, 긔특한 , 묘계’ 등으로 풀이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각성한 선비들이 항간의 우스개 말과 이야기를 민족의 소중한 생각으로 여기고 기록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계서야담』, 『청구야담』, 『동야휘집』, 『용재총화』, 『필원잡기』, 『어우야담』, 『패관잡기』, 『파수록』등이다. 일제 강점기에서도 『팔도재담집』, 『깔깔웃음』, 『대동기문』, 『동상기찬』, 『조선민담집』 등으로 채록되었다. 그리고 전문 예인 박춘재의 재담, 신불출과 윤백단의 만담, 장소팔과 고춘자의 만담으로 연결된다.

1인 화자가 이야기하고 1인 이상의 청중이 둘러앉아 듣던 비전문가들의 구전재담 연행 상황은 역시 비전문가들이 모이는 일상적 공간에서 지속되었고 전문가인 광대에 의해 흥행되던 재담극과 재담소리는 가면극이나 인형극, 그리고 줄타기와 땅재주 등의 연희 때 활용되며 전문 예인들에 의해 계승되었다.

재담을 할 때 연희자는 내용에 맞는 표정을 짓고, 다양한 음성을 내며 손발의 동작을 적절히 해야 하며 재담을 축소, 과장하기도 하고 재담으로 관객의 허점을 찌르기도 한다. 또한 무심히 있는 관객을 끌어들이는 기교로 사용하기도 한다.

설화에서의 재담은 긴 이야기의 일부로 나타나기도 하며 재담 하나로 짧게 나타나기도 한다. 재담은 현실의 문제를 꼬집기도 하고 말바꿈의 묘미를 보이기도 하면서 진리를 드러낸다. 전문가에 의한 재담은 관객의 흥을 돋구는 측면이 강하며, 극단적이지 않은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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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음반 :
  한국고음반연구회 명인명창선집 (9) <경기명창 박춘재>

 

재담, 지금의 말로 표현하면 코메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음악성이 가미되어 있어 지금의 코메디와는 다른 것 같다.

이 음반에는 조선조 말기 소리명창이고 재담의 명인이었던 박춘재의 재담이 실려 있다. 죽은 개의 영혼이 무당에게 실려 개의 자손에게 원한을 푸는 '개넉두리', 전통사회에서 각종 장사아치들이 외치는 소리를 표현한 '각색 장사치 흉내', 맹인들의 점치는 것을 익살스럽게 부른 '장님 흉내', 만포지방의 첨사 벼슬로 내려가는 장대장이 부임지로 가다가 절세미인 무당의 굿을 보고 서로 눈이 맞아 사랑하게 된다는 '장대장타령', 4대목이 실려 있다.

경기명창 박춘재는 1877년경 서대문 밖 모화관에서 출생하여 1944년 무렵에 작고한 것으로 전해지는 경기소리의 대가요, 발탈의 명인이자. 재담의 일인자로 구한말부터 일제시대에 이르기까지 서울 무대를 독판치디시피한 명창이다. 장단을 직접치면서 엮어가는 재담은 지금 들어도 재미있다.

1910년대에 제작된 유성기음반에서 복각한 음원으로 음질은 열악하다. 하지만, 90년전의 우리의 재담을 지금 들을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이다. 이 음반에는 박춘재 명창이 부른 긴잡가, 경기무가, 경기민요가 실려 있다.(200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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