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해설 / 김문성/한윤정(국악평론가)
이 음반은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까지 발매된 SP음반 가운데, 국악인, 대중가수, 그리고 성악가 등이 부른 아리랑 16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1. 국악인이 부른 아리랑 : 김옥심, 이옥화, 김옥엽, 신유경, 한농선, 장경순의 아리랑
김옥심(1925~1988. 경기 양주생)은 고려, 킹스타, 신세기, 도미도, 유니버셜, 오아시스 레코드에서 많은 아리랑을 취입했는데 이번에 킹스타 레코드의 ‘아리랑타령’, ‘정선아리랑’ 그리고 유니버셜 레코드의 ‘밀양아리랑’을 실었다. ‘아리랑타령’은 본조아리랑곡으로 후렴을 이은주 명창과 함께 부른다. ‘정선아리랑’은 정선아라리 중 엮음아라리를 김옥심이 서울식으로 편곡해 부른 곡이다. 유니버셜 레코드의 ‘밀양아리랑’은 음반레이블에는 창자가 이은주로 표기되어 있으나 실제는 김옥심이 불렀다.
그 밖에 이옥화(?~?. 청진권번)의 ‘강원도아리랑’, 김옥엽(1901~?. 황해도생), 신유경(1926~2004. 전남 나주생), 한농선(1934~2002. 일본 동경생)의 ‘진도아리랑’, 장경순(?~?. 황해도생)의 ‘밀양아리랑’을 실었다. 이옥화는 가야금병창의 명인이지만 메나리제 민요도 잘 부른 명창이었으며 그녀가 콜럼비아 레코드에 녹음한 ‘강원도아리랑’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세계민요전집 교과서에 소개되기도 했다. 김옥엽이 리갈 레코드에 녹음한 아리랑은 본조아리랑 이전부터 서울지방에서 불리던 아리랑타령으로, 오늘날 ‘해주아리랑’과 유사한 아리랑이다. ‘아롱타령’이라고도 불린다.
오아시스 레코드에 ‘진도아리랑’을 함께 취입한 신유경, 한농선은 판소리 명창이자 남도잡가 명창들이다. 장경순은 서도소리 명창이지만 부드러운 목구성 때문에 경기민요를 많이 녹음한 소리꾼으로, 흔히 불리는 ‘밀양아리랑’ 가사를 보사하거나 새로 작사해 불렀다.
2. 가수가 부른 아리랑
이애리수, 강석연, 선우일선, 왕수복, 박단마의 아리랑
이애리수(1911~2009. 경기 개성생)와 강석연(1914~2001. 제주생)은 연극과 가요계에서 함께 활동한 연예인으로, 일본에도 함께 진출해 많은 음반을 남긴 공통점이 있다.
이애리수가 빅타 레코드에 녹음한 아리랑은 본조아리랑 이전에 널리 불리고 있던 구조의 아리랑을 새롭게 편곡한 ‘신아리랑’이며, 강석연이 태평 레코드에 녹음한 아리랑은 본조아리랑이지만 일본색이 다소 묻어나는 ‘아리랑’이다. 음반 레이블에는 최남용, 강석연이 함께 부른 것으로 되어 있으나 강석연이 솔로로 불렀다.
선우일선(1918~1990. 평남 대동생)은 평양 기성권번 출신의 대표적인 신민요 가수로 포리돌레코드 전속으로 활동하면서 ‘태평연’, ‘조선팔경가’ 등을 남겼으며, 서도민요와 경기민요도 다수 녹음했다. ‘긴아리랑’ 역시 경기민요로 분류된다.
왕수복(1917~2003. 평양생)은 평양 기성권번 출신으로 선우일선에 앞서 먼저 데뷔한 후 주로 신민요와 가요음반을 많이 남겼으며, 후에 성악을 공부하기도 했다. 포리돌 레코드에서 녹음한 ‘마즈막 아리랑’은 일제강점기 초기에 유행한 대표적인 창작 아리랑이다.
박단마(1921~1990. 경기 개성생)는 17살에 빅타 레코드 전속으로 데뷔해 가요와 신민요 음반을 많이 남겼다. 아리랑목동은 민요리듬에 스윙재즈와 라틴음악을 섞은 느낌을 주는 창작 아리랑 계통의 가요이다.
3. 성악가가 부른 아리랑 : 박경희와 김혜란의 아리랑
두곡 모두 본조아리랑인데 박경희의 아리랑은 1933년 일본에서, 김혜란의 아리랑은 미국진출을 염두에 두고 녹음한 아리랑이다.
소프라노 박경희(?~?. 대구생)는 일본동양음악학교와 상해에서 성악을 공부한 후 동명여고의 전신인 향상여자실업학교 음악교사를 지냈으며, 일본 닛또 레코드에서 녹음한 ‘아리랑’은 본조아리랑으로, 뒷면에는 ‘사의 찬미’(음반명 애상부)가 실려 있다.
김혜란은 해방공간기에 활동한 대표적인 성악가로 1950년 현제명의 오페라 ‘춘향’에서 춘향역을 할 정도로 유명했다. 김혜란의 ‘아리랑’은 본조아리랑으로 영어로 녹음했다.
4. 일본, 미국에서 녹음된 아리랑 : 이난영, 김용환, 고바야시치요코, 잭플레이스 아리랑
이난영(1916~1965. 전남 목포생)이 부른 아리랑은 오까랑꼬(岡蘭子)라는 일본 예명으로 활동하던 1936년 일본 데이찌꾸 레코드에서 녹음한 본조아리랑 계통의 아리랑이다.
김용환(1912~1948. 함남 원산생)이 부른 아리랑은 본조아리랑 이전에 불리던 구 아리랑을 편곡해 일본 포리돌 레코드에서 발매한 아리랑이다. 김용환은 가수 김정구의 형이며, 일본에서‘아리랑 이야기’를 녹음한 김안라의 오빠이다.
고바야시 치요코(小林千代子.1910~1976. 홋카이도 오타루생)는 일본 동양음대를 수석졸업한 후 빅타에서 ‘金色仮面’ 이라는 예명으로 데뷔했다. 일본가수 최초로 1931년 ‘아리랑’을 빅타레코드에서 취입했다. ‘달의 아리랑’은 1940년 폴리돌로 이적후 발매한 음반으로 창작아리랑 계통이다.
잭플리스(1917~1990. 미국 필라델피아생)는 미국의 피아니스트이자 재즈뮤지션으로 데카 레코드에서 발매했다. 잭플리스와 그의 악단이 연주하고 노래한 본조아리랑 계통의 음반으로 전쟁을 앞두고 이별을 하는 남녀간의 애틋한 감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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