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반연구회  정창관     "요즈음 어떻게 지내십니까?"     
                                                                                                                                                            
                         
                                         - 국악음반 전문가 -


국악 음반에 관한 한 그에게 물어라! 정창관(51)씨는 국악음반만 1500여장 정도 소장하고 있는 국악음반 최다 보유자이다. 이미 전 직장이었던 HSBC은행 수출입부 부지점장으로 있을 때부터 국악음반 전문가로 국악계에도 알려졌으며, 국악을 위한 그의 헌신적인 노력들로 언론 매체에서도 주목을 받아왔다.  

정씨의 홈페이지는 국악인들은 물론 국악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네티즌들에겐 이미 유명한 명소(?)가 돼있다. 늦은 나이에 책을 들여다보며 떠듬떠듬 고생하며 만들었다는 그의 홈페이지는 국악음반과 관련 자료들의 보고로 그의 ‘전문가’ 다운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데, 국악인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국악 알리기에 힘쓰는 모습과 애써 모은 자료들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씨까지도 쉽게 들어난다. 방명록에는 그 혜택을 입은 많은 국악애호인과 국악인, 우연히 들르게 된 방문객들까지 온통 찬사와 감사의 글들로 채워져 있다. 

또한 그는 매년 자비로 국악음반을 한 장씩 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충분히 기록 보존 가치가 있는데도 음반 한 장 내지 못하고 노후를 맞은 숨은 명인들의 음반작업을 돕는 것이다. 그에게 왜 그런 일을 하냐고 물으면 늘 그의 대답은 같다. 그냥 국악이 좋아서.... 십여 년을 봐왔지만 나는 그가 자기가 한 일에 대해 한 번이라도 과장되게 말하거나 공치사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정씨는 지금 국악방송국에서 일한다. 멀쩡히 잘 다니던 직장을 명예퇴직을 빌미(?)로 그만두고는 국악방송국 전문위원이란 직함으로 아예 국악계에 둥지를 틀어버린 것이다. 국악방송국으로 그를 찾아가 만나보았다. 

“국악방송국에서 방송음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새로운 녹음을 계획한다는 소식을 듣고 평소에 하고 싶었고 여러 사람에게도 도움되는 일이기에 명예퇴직하고 계약직으로 당분간 방송국에 적을 두게 됐지 뭐.” 언제나처럼 과장됨 없이 덤덤히 말하기를 시작했다. 

 

# 클래식 애호가가 국악과 인연을 맺게 된 사연 

 

그는 원래 대단한 클래식 애호가였다. 그러던 87년의 어느 날 종로에 있던 음반매장에서 호기심으로 찾아봤던 국악음반이 10여장 밖에 진열돼 있지 않은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뜻맞는 이들과 국악음반 동호회를 결성하고 <판소리 5명창>을 제작해 신나라 레코드를 찾아갔고, ‘팔리지 않는 음반은 인수한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이 음반은 당시 1천매 판매가 고작이던 국악음반 시장에서 5천 여장 발매라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신나라 레코드가 이후 계속 국악음반을 발매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 고음반 애호가들과 창립한 ‘한국고움반연구회’ 활동 

 

그는 89년 출발한 ‘한국고음반연구회’(회장 이보형)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매년 학술지 ‘음반학’을 발간하고, 복원 연주회, 학술대회, 전시회, 부록음반 제작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로 국악계에 있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국악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고음반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으면 누구라도 회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단지 많은 일을 헌식적으로 해야하는 부분들 때문에 회원가입이 좀 까다롭긴 하지만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폐쇄적이진 않다고. 

 

# 국악음반이 궁금하다고? 딴 데서 고생하지 말고 바로 클릭! 

 

‘이 땅의 잃어버릴 소리, 날아갈 버릴 소리를 후손에게 남기기 위해’라는 화면의 글귀처럼 그의 홈페이지(www.gugakcd.pe.kr)에는 국악음반에 관련된 정보들이 빼곡하다. 1400여장이 넘는 국악음반들의 목록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고 수록된 곡들의 내용도 소개돼 있어 손쉽게 국악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국악을 쉽게 접하고 쉽게 이해했으면 하는 것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그의 바램이다. 매주 자료를 업데이트 해야하고 일일이 질문에 답하기도 시간이 부족하긴 하지만 홈페이지에 대한 그의 자부심과 애정은 대단하다.  

 

# 정창관 국악녹음집 

 

그는 홍콩은행 부지점장 시절인 지난 98년부터는 사재를 털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1년에 한 장씩 ‘정창관 국악녹음집’을 제작 4장의 국악음반을 내놓았다. 노령에다 한번도 자신의 음반을 가진 적 없는 숨은 명인들을 우선적으로 제작한다는 게 원칙이다. 그들에게는 잊지 못할 선물이자 국악계에도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귀중한 자료가 되는 셈.  

“여러 분야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지. 1집부터 4집까지의 표지만 해도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님이 내 의도를 아시고 매번 좋은 그림을 선정해 주셨지.” 많은 사람이 도와주고 격려해 준 것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매년 발매하는 음반은 한정판 천장. 그 정도면 팔만큼 팔고도 후원자들에게 돌리기에 충분한 양이라고.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면 어디든 사용해도 좋다’고 쓰여진 문구는 이 일이 장삿속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 국악후원회 활동 

지난 해 연말을 보내며 떠오른 또 하나의 아이디어가 있다. 바로 ‘음악후원 송년동창회’. 그의 주선으로 경남 창녕중학교 20회 졸업생 12명은 지난 달 50만원을 모아 <소리여새>하는 판소리 모임의 공연을 후원해줬고, 대구상고 고등학교 동창회 ‘일곱친구들’ 역시 후원금 30만원으로 젊은 국악인의 모이 ‘정가악회’를 도와줬다. 그리고 가족동반으로 후원한 단체의 공연을 가는 것으로 뜻깊은 송년회를 가졌다.  

“맨날 먹고 마시면 모하노. 가족끼리 공연도 보고 어려운 문화인들을 돕기도 하는 게 더 안 낫나?” 

그는 더 많은 사람이 동참하면 좋겠다고 한다. 

 

# 국악방송국에서 하는 일들  

 

국악방송실에서 지난 해 9월부터 국립국악원 전문위원으로 음원을 모으는 일을 맡은 그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작년에 녹음한 음원을 일반인에게 소개하기 위해 음반사와 함께 음반출반 작업(10종 12매)에 참여하면서 올해의 음원 녹음 계획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국악원에 들어옴으로써 그는 오래 전부터 그가 해오고 싶어하고 부분적으로 해왔던 바로 기업과 문화예술단체, 특히 국악을 연결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미 전 직장(홍콩 상하이 은행)에서 메세나(기업이윤의 사회환원사업)의 일환으로 국립국악원이 매년 하고 있는 ‘우수 국악교육 연구 공모제’에 3,000만원씩 지원하도록 연결시킨 저력이 있다.  

 

# 국악음반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 

 

그는 또 ‘창호에 드린 햇살’이란 프로그램에서 매주 목요일 9시 20분경 <정창관의 국악신보>라는 코너를 맡아 한 주간에 나온 국악신보를 소개하고 있다. 처음 맡을 때만 해도 매주 소개할 신보가 제대로 나올까 걱정을 하였는데 지금은 매주 3장씩 소개해도 제대로 소화를 못하고 있어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고. 그가 느끼는 국악음반업계는 동향은 너무나 역동적이다. 도저히 장사가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도 새 음반의 공급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여타 분야의 음반 판매는 인터넷상의 다운로드, CD복사, MP3 등의 영향으로 급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국악음반의 판매는 꾸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다. 

국악을 사랑하는 ‘주변인’에서 국악방송국이라는 국악의 중심부에서 일하면서 그는 국악인들이 생각보다 어렵고 열악한 조건 속에 있다고 느낀다. 국악인들이 좀 더 적극적이고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이 좋아졌으면 한다. 그리고 국악이 활성화되려면 어릴 때부터 국악에 대해 접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 통로로 음악교과서에서 국악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라고 했다. 

앞으로의 바램을 물으니 국악관련 사업들(국악방송, 국악잡지, 국악신문, 국악음반 제작사 및 기획사 등)이 잘 되었으면 좋겠고, 개인적으로는 홈페이지에 검색 기능을 보강해 국악애호가들이 국악음반 선택과 구입에 좀 더 편리함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그리고 우리의 문화와 우리 것에 대하여 특히 우리 국악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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