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월중선의 음악세계                                                                                                  

한국고음반연구회  정 창관   


* 국립민속국악원이 출간하고 있는 <민속악 소식> 2005.봄호에 실린 글입니다.

 

 

 화제의 음반

                         <장월중선의 음악세계>                                                    

                                              정 창관(한국고음반연구회 )

                                      ckjungck@hanafos.com / www.gugakcd.pe.kr

 

  국립민속국악원은 민속악을 비롯한 국악 전반의 전승과 진흥을 위한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1998년 국립민속국악원 기획음반 시리즈 제1집‘ <국립민속국악원>을 시작으로, 2004년 12월에 6집으로 <장월중선의 음악세계>를 출반하였다. 장월중선 명창의 이 음반은 1995년에 킹레코드(현재 신나라)에서 출반된 <장월중선의 예술세계>(2CD)에 이은 2번째 독집음반으로 소리, 가야금, 거문고, 아쟁에 능한 장 명창의 면모를 가늠할 수 있다.


장월중선의 예술세계


  우리 국악계에 드물게 보는 천재로 판소리뿐만 아니라 가야금산조와 아쟁산조, 거문고산조,  가야금 병창, 무용, 그리고 작곡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악의 모든 부문에서 빛날 업적을 쌓아 온 장 명창은 1925년 4월 25일 전남 곡성군 오곡면 묘천리에서 태어났다. 예인의 집안에서 태어난 장 명창은 어려서 아버지 장도순으로부터 소리를 배웠고, 백부인 장판개 명창으로부터 판소리 5바탕을 부분적으로 배웠고, 십여세에는 광주에서 박유전제를 전승한 박동실에게 3, 4년 간 심청가 전바탕과 춘향가를 배웠다. 그리고 후에 박동실이 만든 유관순 열사가 등도 배웠다.

 

  장 명창은 가야금 풍류와 산조를 고모 장수향에게 배웠으며, 일찍이 박상근에게도 가야금을 배웠고, 이후 서울에서 김윤덕에게도 가야금산조를 배웠다. 이후 23세 무렵에는 성금연류 가야금산조를 레코드를 듣고 학습했다고 한다. 또한, 장 명창은 임석윤에게 거문고 풍류와 산조를 배웠고, 16세 무렵 임방울 단체 협률사에 다니면서 여러 명인명창을 수행하며, 오태석에게 가야금병창을 배웠고,  한갑득에게 거문고산조를 배웠다. 뿐만 아니라, 박송암 스님에게 범패, 나비춤, 천수바라, 법고 등 불교음악과 춤을 배웠고, 정읍에 살던 명인 정자선에게 살풀이와 승무를, 경기도 용인 출신의 이동안에게 태평무, 한량무 등을 배웠다고 한다.

  국극사, 조선창극단, 임춘앵 여성창극단에서 활동한 장 명창은 창극단에서 연기를 하고, 창극반주를 할 때는 한일섭과 창극반주를 많이 했는데, 가야금이 효과가 약해서 아쟁을 고안하여 아쟁산조를 만들었고, 이 아쟁산조를 김일구에게 가르쳐 현재 김일구류 아쟁산조로 발전했다.

 

  목포에서 안향련, 신영희 등 제자를 양성하며 어렵게 생활하던 장 명창은 1960년경 목포국악원을 떠나, 오빠가 살고 있는 대구로 온 후, 1963년에 경주에서 관광요원교육원이 문을 열게 되자, 강사로 오게 되어 경주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때부터 경주에서 민속음악을 전승하고 관광객들에게 전통예술을 감상하도록 하기 위해 1966년에 경주시립국악원이 설립되자 전임강사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1981년에는 신라국악예술단을 창단하여, 판소리, 가야금병창, 가야금, 아쟁, 거문고, 춤, 그리고 작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능으로, 전통예술의 전승과 보존 및 다양한 공연활동으로 국위 선양과 신라문화의 특성을 부각시켰다.

  1993년에는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9호 가야금병창 기능 보유자로 지정되었으며, 1990년부터 건강이 악화되어 74세의 일기로 1998년 2월 6일에 경주에서 별세했다.

 

  장 명창의 예술은 딸인 정순임이 장 명창의 소리를 이어가고 있고, 제자 김일구와 아들 정경호가 아쟁을, 막내딸 정경옥이 가야금병창을 이어가고 있다. 장 명창은 장판개와 오태석을 통해 내려온 동편제와 박동실을 통해 내려온 서편제를 나름대로 소화하여 다양한 소리를 전승하면서, 이를 가야금에 얹은 가야금병창, 그리고 풍류의 중심 악기인 거문고와 가야금, 창극반주에 주요 악기인 아쟁 연주 등 여러 장르의 귀중한 자료를 남기고 있다.


장월중선의 음반세계


  장 명창이 남긴 유성기음반이나 LP음반은 보이지 않는다. 독집음반으로 1995년에 킹레코드에서 출반된 <장월중선의 예술세계>(2CD)에는 가야금산조, 가야금과 아쟁 이중주, 가야금병창과 판소리 박동실제 심청가의 일부가 실려 있다. 경주에서 국악원 선생으로 붙들려 있게 됨으로써 장 명창의 많은 재능들이 빛을 보지 못하게 되었지만, 일반인이 장 명창을 알게 된 것도 이 음반 덕택이다. 올해 초에 서울대 한국문화연구소에서 비매품으로 소량 제작한 <국악 명문가의 후손들>(2CD)에는 장 명창이 부른 박동실제 유관순가가 실려 있다.  작고하기 2개월 전인, 1997년 12월에 녹음한 가족도 모르는 귀중한 자료이다. 딸인 정순임에게 전승되고 있는 박동실제 유관순(열사)가를 장 명창을 통해서 감상할 수 있다.    

       

음반, <장월중선의 음악세계>


이 음반은 딸인 정순임 명창이 제공한 음원으로 제작되었다. 녹음 상태는 양호하지 못하나 장 명창의 음악세계를 담은 귀중한 역사적 자료이다. 이 음반에는 고사창(20:29), 거문고산조(7:12), 아쟁산조(15:05), 시나위합주(12:27), 천수바라(2:31), 도량게(7:19 - 총 64:55), 6곡이 실려 있다.

 

  '고사창', 개인이나 가정, 집단의 번영과 편안을 신에게 기원하는 고사라는 제의식에서 불려지는 소리로 귀한 자료이다.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1호 예능보유자인 김남중의 북 반주로, KBS라디오 방송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뒷부분이 잘렸다. 곡은 천지배판, 치국(治國)잡기, 산세푸리, 명당푸리, 집짓기, 세간푸리, 비단타령으로  구성되어 있다. 판소리의 원형을 고사창에서 찾고 있는 학자들도 있다. 이전 판소리 명창들은 대부분 고사창을 불렀으며, 현재 판소리 명창들도 고사창은 쉽게 부를 수 있다.

 

 '거문고 산조', 장구 장단없이 혼자 연습한 과정을 녹음한 것으로, 다스름, 진양조(4장단만 연주), 중모리(중중모리 생략), 자진모리로 구성되어 있다.  가락은 한갑득류 산조를 기본으로 즉흥적으로 연주하고 있다.

 

 ‘아쟁산조', 장구 장단없이 혼자 연습한 산조이다. 다스름,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산조아쟁도 정악 아쟁처럼 처음에는 개나리 활대를 사용하였으나, 이 아쟁산조 연주에는 말총을 사용하였다. 다스름,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구성된다. 현행 산조에 비하여 담담하고 활대질이 많은 편이며, 한일섭 아쟁산조와 공통적인 가락이 있다.

 

 '시나위합주'는 가야금에 장월중선 명창, 대금에 김동식, 아쟁에 제자인 김일구, 장구에 이성진으로 시나위를 산조 합주식으로 구성하여 연주한 실황이다.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이루어지는데 자진모리 시작부분에서 지워졌다. 각 악장마다 합주, 대금, 아쟁, 가야금의 순서로 전개된다.  

 

  불법을 수호하고 의식도량을 정화하기 위해 바라춤을 출 때 부르는 '천수바라'와 나비춤을 출 때 여럿이 부르는 홋소리 범패인 '도랑게'는 이색적인 음원으로 장 명창이 천년의 고도, 경주로 온 후에 배운 것이다. 장 명창이 경주로 온 후에, 경주가 내세울 수 있는 음악이 필요하였다. 그것이 불교음악이었다.


  남겨진 음원이 많지 않은 장 명창의 음악세계를 이 음반을 통해서 감상해 보기를 권해 본다. 

  

* 음반의 자세한 내용은 필자가 운영하는 홈피 www.gugakcd.pe.kr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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