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자료는 해설서 내용(영어 해설은 제외)으로 국립문화재연구소 예능민속연구실 서승우 학예연구사께서 보내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 배뱅이굿 개설
배뱅이굿은 남도의 판소리에 견주어 서도의 판소리라 일컬어진다. 남도의 판소리와 마찬가지로 한 명의 창자가 소리와 아니리와 발림을 엮어 극을 주도해 나가나, 배뱅이굿에는 소리를 받아주는 다수의 뒷소리꾼과 극적 장면 진행을 받쳐주는 상여와 꽹가리, 고깔, 무구(巫具) 등 다양한 소품까지 등장하여 볼거리도 풍부한 음악극이라는 인상을 준다. 판소리가 남도 소리조에 바탕을 두고 짜여져 있는 데 비해 배뱅이굿은 서도소리가 주가 되면서도 여러 지방의 무가와 민요, 판소리까지 수용하고 있어 소리꾼의 기량이 크게 좌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배뱅이굿은 1850년대 중반 평안남도 용강 태생인 김관준(金寬俊)이라는 서도명창이 만들어 부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시 작사자가 도산 안창호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어유야담(於于野談)>에 가짜 무당이 등장하여 재물을 빼앗는 '동윤(洞允)'설화가 전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서사무가 '당금애기'에도 배뱅이와 상좌중의 사랑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어, 이 둘이 접합되어 배뱅이굿이 탄생한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오늘날 전하는 배뱅이굿은 김관준으로부터 전하는 평안도제가 주종을 이루어 왔다. 김관준은 그의 아들인 김종조를 비롯하여 최순경, 김칠성, 김주호, 이인수 등의 제자에게 배뱅이굿을 전했으며, 김종조는 장수길, 김용훈, 김경복 등의 제자를 두었고, 김칠성은 김정연에게, 이인수는 이은관에게 배뱅이굿을 전했다. 이 밖에 황해도 배뱅이굿의 창자로 문창규의 이름이 전하며 문창규의 배뱅이굿을 유일하게 간직하고 있는 이가 양소운이다.
현재 SP음반으로 전하는 배뱅이굿에는 최순경과 김주호, 김종조의 소리가 있다. 최순경은 1920년대 후반 오케음반회사에서 <배뱅이굿>(3매)와 1940년에는 일본 콜럼비아 음반회사에서 <배뱅이굿>(3매)을 취입했으며, 김주호(金周鎬)는 1939는 빅타음반회사에서 <巫曲 배뱅이굿>(4매)를, 김종조(金宗朝)는 빅타에서 <西道俗謠 배뱅이굿>(8매) 취입한 바 있다. 이들 SP음반은 음반취입의 제약 때문에 많이 축약해서 불린 단점에도 불구하고 자료적 가치가 높은 점이 인정된다. 한편 배뱅이굿의 사설은 1934년 김태준에 의해 처음 채록되기 시작한 이후 1956 최상수에 의해 김성민의 배뱅이굿이 채록되었으며, 김용훈 창본은 1974년 강용권에 의해, 그리고 이은관 창본은 1961년 김동욱을 비롯하여 이창배, 최상수 등에 의해 채록되었다. 문창규 바디의 양소운의 배뱅이굿은 김상훈에 의해 1995년 채록된 바 있다.
배뱅이굿은 현장음악이어서 무대에 올릴 때마다 달라질 수 있고, 때와 장소에 따라 신축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음반과 창본만을 가지고 논할 수는 없으나, 이은관으로 대표되는 평안도제의 배뱅이굿과 양소운의 황해도제를 대비시켜 볼 때 양소운의 창은 전체 길이와 소리의 종류에서 훨씬 풍부한 모습을 갖추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평안도 바디와 황해도 바디의 배뱅이굿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첫째 평안도제는 배뱅이굿을 전편과 후편의 두 부분으로 나눌 때 후편에 치중되어 소리가 짜여져 있다. 배뱅이의 출생으로부터 상좌중을 사모하여 세상을 떠나는 데까지를 간략하게 넘기고, 죽은 뒤 각도 무당을 불러 굿하는 장면을 비중있게 부른다. 양소운의 배뱅이굿을 보면 후편은 평안도제와 거의 다름없이 부르는 가운데, 전편의 배뱅이의 출생내력과 상좌중의 출현과 이별 등을 비교적 소상하고도 다양한 소리를 섞어 불러, 전편과 후편이 균형감 있게 짜여져 있다. 또 한가지는 배뱅이 사후 기밀굿을 벌이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박수무당의 출신내력이 평안도제에서는 평양 건달로 묘사되어 있으나 양소운 바디에서는 쫓겨난 무당사또로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다. 양소운의 배뱅이굿에서 박수무당은 단순한 건달이 아닌 양반의 자제로서 박수무당이 내려 어느 고을 원으로 부임하였으나 무당임이 탄로나 건달로 전락하여 배뱅이집 굿마당으로 뛰어드는 것으로 되어있다. 박수무당이 곧 무당사또인 점은 가짜 무당인 통윤(洞尹)이 나중에 과거를 보는 내용으로 되어있는 <어유야담>과도 통하는 점이 있어 원설화에 더욱 근접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극적 전개의 합리성을 확보하고 있는 점과 다른 바디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소리를 간직하고 있는 점에서 황해도 배뱅이굿의 긴요함을 찾을 수 있다.
그동안 배뱅이굿은 해방 이후 이은관(1917- )이 크게 활동을 하여 1984년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지정되면서 이은관의 바디가 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은관에 못지 않은 창자로 양소운이 있음이 알려져 있던 터에 그의 배뱅이굿이 음반으로 나오게 됨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더구나 양소운의 배뱅이굿을 더 이상 무대에서 접하기 어려운 오늘날 1972년도 공연실황을 담은 이 음반은 배뱅이굿의 형성과정에 대한 단초를 제공할 것이며 평안도제와 황해도제의 배뱅이굿을 비교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될 것이다.
이 자료는 1976년 4월 16일 국립극장에서 황해도민속예술보존협회의 무형문화재조사연구 종합발표공연으로 이루어진 <황해도 민요>의 무대에 올려져 녹음된 것이다. 당시의 공연내용 중 배뱅이굿을 제외한 자료가 지난 해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자료 시리즈(3) [황해도 민요]의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으며, 이번에 배뱅이굿만을 따로 떼어 독집으로 내게 되었다. 당시 공연에서 양소운은 주최측의 요청에 따라 축약해서 부른 관계로 완창임에도 상좌중이 등장하는 대목이 제외되어 있다. 박동신(1909-1991)이 장고를 잡았고 뒤소리는 황해도민속예술보존협회의 여러분들이 담당하였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