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월하문화재단에서 보내준 해설서 자료로 일부만 1-5집에 나누어 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월하 정가전집 해설 앞 부분
정 인 봉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전남대학교 강사)
심신(心身)을 정화(精華)시켜주는 맑은 노래, 정가(正歌)
흔히, 한국전통음악은 크게 정악(正樂)과 속악(俗樂)으로 나누고, 그 중에서 성악곡은 정가(正歌)와 속가(俗歌)로 나눈다. 이러한 분류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비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오늘날 여전히 이러한 분류법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두 음악의 스타일이 서로 다르기 때문인데, 정악·정가로 분류되는 음악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절제하여 표현하는 반면, 속악·속가는 희로애락의 감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음악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속가에는 판소리·잡가(雜歌)·민요·병창(竝唱)·입창(立唱) 등이 있고, 정가에는 가곡(歌曲)·가사(歌詞)·시조(時調)가 있다. 이 외에 불교음악인 범패(梵唄)와 무속음악인 무가(巫歌)는 종교음악으로 따로 분류하기도 하고, 정가에 포함되는 성악곡으로 시창(詩唱)·송서(誦書)·악장(樂章)·창사(唱詞)를 포함시킬 수도 있다. 선가(善歌) 김월하(金月荷) 명인의 노래를 수록하고 있는 이 음반에는 바로 정가에 속하는 가곡·가사·시조와 시창(詩唱)이 실려있다.
오늘날 정가로 분류되는 곡들이 갖는 공통점을 몇 가지만 정리해보면, 첫째, 그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라는 점이다. 가곡(歌曲) 이수대엽의 경우에는 서양음악의 메트로놈의 한계치인 40을 넘어서는= 20의 속도이고, 가곡 중에서 가장 빠른 것이 서양의 Adante(느리게)에 속하는= 80이다. 가사(歌詞)는 대부분= 30~40 정도의 속도이고, 시조(時調)는 = 30~35 정도이며, 시창(詩唱)도 = 35~40의 느린 속도이다. 둘째, 노랫말의 모음을 길게 풀어서 노래한다는 점이다. 흔히 어단성장(語短聲長)이라고 하면 노래할 때 노랫소리는 길게 뽑더라도 말은 짧게 하여 말 뜻이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인데, 판소리 ·민요 등 다른 성악 장르와 달리 정가에서는 모음을 길게 풀어서 발음하게 된다. 즉, ‘태평성대’라는 노랫말을 가곡으로 노래하면 “타으이~~~ 펴으~~~허어어~~~~엉 서어어헝다이이이~~~이이히~~이이”와 같이 ‘태’의 ‘ㅐ’를 ‘아으이’와 같은 형태로 발음하면서 노래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청산리 벽계수야’를 시조로 노래할 경우 ‘처엉 사아~~~~~알 리이~~~~, 벼억계~에 수우~~~우우야~~’와 같이 ‘청산’과 ‘벽계’처럼 노랫말을 짧게 붙이고 이어지는 소리는 길게 냄으로써 노랫말이 가진 뜻도 어느 정도 전달하면서 선율을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세 번째, 정가는 시조시(時調詩)나 가사(歌辭), 한시(漢詩) 등 운율적인 문학작품을 노랫말로 한다는 점이다. 특히 가곡과 시조는 모두 시조시(時調詩)를 노랫말로 삼고 있는데,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은 시조유취(時調類聚) 서문에서 “시조는 우리 문학의 정화(精華)며 본류(本流)”라고 밝힌바 있다. 네번째, 속청을 사용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속청은 세성(細聲)·세청·속소리·가성(假聲, falsetto) 등으로 불리는데, 정가 중에서 남창가곡에서는 금기시 되고 있지만 여창가곡과, 가사·시조·시창에서는 모두 속청을 사용하고 있으며, 단순히 고음역을 쉽게 내기 위한 사용에 그치지 않고 중저음역대에서도 속청을 사용함으로써 독특한 미감을 자아내게 한다. 마지막으로 정가는 한결같이 감정을 절제하는 음악에 속하며 명상적이고 관조적인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이혜구 박사는 느린 한국음악의 가장 두드러진 특색을 ‘강유(剛柔, dynamics)’라고 표현하면서 “느린 곡은 빠른 곡보다 어렵다고 여겨지는데, 느린 곡은 기술보다 음악성에 있어서 어렵다. 즉 느린 곡은 음악의 맛을 내기가 어렵다. 완서(緩舒)한 곡의 맛은 강유(剛柔)의 농담(濃淡) 즉 dynamic shading에 달렸다 하겠다. 느린 곡은 무분별하게 강하게만 부를 수도 없고, 반대로 약하게만 부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삼매지경(三昧之境)에 든 사람에 의하여 연주되면 그 완서(緩舒)한 음악이 광대무변(廣大無邊)하면서도 그 미묘한 강유(剛柔)의 농담(濃淡)으로 유유(油油)하고 호호(浩浩)한 맛을 얻게 된다. 이혜구, “韓國音樂의 特性,” 『韓國音樂 散策』(서울 : 수문당, 1976), p.35~37.
”라고 한 바와 같이 정가에 속하는 곡들은 특별히 어려운 기교가 필요한 곡은 많지 않지만 그 진미(眞美)를 표현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 하겠다. 그래서, 정가 중에서도 가장 첫 손에 꼽는 가곡 학습의 어려움에 대해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의 보유자였던 전효준 명인은 “가곡은 접해보지 않고는 그 맛을 모르지요. 어렵고 귀족적인 음악이니까요……. 그 어려움과 복잡함이 특징이고 자랑이자 생명입니다. 26곡으로 짜여진 가곡 한 바탕을 부를 수 있으려면 10년, 20년이고 계속해야 합니다. 20여년 하다보니 요즘에 와서는 거칠었던 소리가 이제 겨우 매끄러워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임영숙, “한국유산의 명맥 - 가곡 전효준,”, 『공간』(1976년 3월호), p.62~64.
”라고 하였고, 월하 선생도 “가곡은 하면 할수록 어렵고 두려워요. 자신이 지닌 음성을 다 써야 하는 데다가 길게 뽑으면서도 잡스러운 목소리가 들어가면 되지 않으니까 그게 좀 어려워요?” 음악동아 엮음, 『명인명창』(동아일보사, 1987), p.310.
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1) 이혜구, “韓國音樂의 特性”, 『韓國音樂 散策』(서울 : 수문당, 1976), p.35~37. / 임영숙, “한국유산의 명맥 - 가곡 전효준”, 『공간』(1976년 3월호), p.62~64. / 음악동아 엮음, 『명인명창』(동아일보사, 1987), p.310.
예로부터 ‘최고의 문장은 겉으로 드러난 문자 이면에 숨어있고, 최고의 음악은 소리의 너머에 있다-지문무자 지악무성(至文無字 至樂無聲)’고 했고, 채근담에서는 “은자(隱者)의 풍류에 관한 일이란 모름지기 어느 것에도 구속되지 않고 마음이 내키는대로 즐기기 위해 있다. 따라서 술은 권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며 바둑도 승부를 관심 밖에 두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피리는 음률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풍류에 맞는 일이며 금(琴)은 줄(絃)이 없는 것이 고상하다고 여긴다”는 부분이 있는데, 이와같은 글이 담고 있는 뜻에 가장 부합되는 음악 장르가 바로 정가(正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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