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설서에서 :
추천사
김경배 교수는 1955년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양성소 개소와 더불어 제1기생으로 입학한 것이 국악입문의 첫 계기였다.
원래 전공은 거문고였으나 노래에도 각별한 관심과 재능을 지녔음인지 가곡에 대한 애착과 집념은 남다른 데를 보였다. 거문고에 있어서도 선생의 지도와 자신의 끈질긴 절차탁마에 힘입어 금객으로 일가를 이루기에 충분한 재질을 겸하고 있었다. 졸업 후에는 국립국악원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이듬해에 서울대학교 국악과에 입학하였다. 당시에는 국악과에 따로 정가전공이 없었으므로 거문고로 응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정작 정가에 뜻을 굳히게 된 계기는 입학 후 5·16기념 신인예술 콩쿨대회에서 성악부문 수석의 영예를 차지한 이후라고 나는 알고 있다.
가곡은 높은 예술성과 한없이 자연 평담하고 호한한 격조를 지니고 있어 가곡으로 대성하기 위해서는 첫째 좋은 목청을 타고나야 하고, 둘째 훌륭한 스승을 만나야 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보유자인 김경배 교수는 이 두 가지를 한데 아우른 명인임을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김교수는 가객으로 지녀야 할 일반적인 조건까지도 모두 갖추고 있다. 국악사양성소로부터 조기교육을 통해 익힌 기초적 바탕 위에 타고난 맑은 성음과 탁월한 음악적 재질까지 두루 겸하고 있으니, 당대 그를 따를 학습이 없었던 존재이다.
이미 국악사양성소시절부터 범사 이주환 선생에게 가곡 ∙ 가사 ∙ 시조 등을 전수 받았다. 더욱이 정가계의 거성 두봉 이병성, 죽헌 김기수, 청운 홍원기 등의 훈도와 더불어 여창가곡의 선가 월하 김덕순 여사와 모자의 인연을 맺어 여창가곡에 전념함으로써, 마침내 1998년에는 이 바닥의 최고 영예인 인간문화재로 지정 받기에 이른 것이다.
그간 5·16기념 신인예술콩쿨대회 국악성악곡 1등 수상, 제1회 KBS 국악대상, ‘95 KBS국악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고,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 문화재위원 등의 활동과 함께, 1995년부터 재단법인 월하문화재단의 이사장을 맡아 정가를 비롯한 한국전통음악의 계승과 창조적인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편, 음반 활동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1986년에 남창가곡 전곡(우조 ∙ 계면조 26곡)을 취입한 바 있었고, 1988년에는 국립국악원에서 제작한 국악대전집에 남창가곡 계면조 일부를 녹음하였는데, 이 두 음반들은 모두 남창가객으로서 전성기라 할 수 있는 40대에 취입한 것들이어서 그의 탁월한 예술세계를 고스란히 맛볼 수 있는 자료인바, 이 중에 17곡을 가려 뽑아 2장의 CD에 출반하게 되었다니 매우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악의 성가가 국내외에서 날로 오르는데도 오직 정가만이 그에 못 미치고 있는 안타까운 시류에 있어, 우리나라의 으뜸이요 자랑스러운 노래 ‘인간문화재 김경배의 가곡CD'가 국악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가곡의 고귀함이 높이 인식되고 그 정수를 터득하게 해 줄 훌륭한 전범(典範)이 되어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05. 10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성경린
인사말
가곡(歌曲)과 더불어 살아 온 시간들이 어느새 반세기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분명 가곡은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동반자요 삶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나의 모교 국악사양성소(현, 국립국악고등학교 전신)가 올해로 50주년을 맞게 되고, 나 또한 지천명 (地天命)의 나이를 벌써 지나 정년을 마주하고 있으니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동안 우리 겨레의 오랜 숨결인 가곡을 통하여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우리 문화의 귀중함을 알았고, 그 곳에 녹아있는 겸양과 미덕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점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가곡은 단순히 노래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 지켜가야 할 덕목까지도 함께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맨 처음 정가(正歌)를 접한 것은 국악사양성소 시절로 돌아갑니다. 전공은 원래 거문고였으나, 당시 정가는 아예 전공에서 제외되어 있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마저 없었습니다. 그러나 훗날 그 시절을 회상할 때면 금객(琴客)이며 가객(歌客)이란 말이 어쩐지 격에 맞아 보이고 음악적으로도 서로 닮은 데가 있어 잘 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늘 노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나는 선생님들께서 가곡을 연습하실 때면 한편에 앉아 느짓하면서도 여유로운 멋에 한껏 취해 있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정녕 그것은 한국의 살아 있는 숨소리였습니다.
당시 가곡 정규 수업은 이주환(李珠煥, 1909-1972)선생께서 담당하셨는데, 섬세하고 절제된 인간미를 닮아서인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으셨습니다.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있는 소중한 경험 중에 하나는, 1950년대 말 난생 처음 가곡 방송의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그 때 불렀던 우조 소용이(騷聳伊)는 나를 가객(歌客)으로 인생 역전 시켜준 곡이기도 합니다.
이후 이주환 선생께서는 국립국악원 월례 국악감상회에 출연의 기회를 주시곤 하였습니다. 가사(歌詞)는 죽지사(竹枝詞)가 첫 번째 연주곡이었습니다. 노래 반주는 세기의 명인 김성진(金星振)선생의 대금과 김준현(金俊鉉)선생의 피리 반주였는데 아직도 잊히지 않는 귀한 순간들로 남아있습니다. 돌이켜보면 풋내마저 가시지 않는 초년의 가객 지망생을 한결같이 이끌어 주신 것은 정가에 더욱 매진하라는 말 없는 채찍질이요, 제자를 아껴주시는 깊은 뜻이 담겨져 있었음을 짐작케 합니다. 선생께서는 입 재주만 믿고 제멋대로 가락을 자작해 부르는 것을 경계하셨습니다. 나에게 기회를 주신 것도 배운 가락만을 고집스레 따르려는 융통성 없는 우둔함에 대한 배려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가사(歌詞)는 이병성(李柄星, 1909-1960)선생께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가사반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강습에 임하였는데, 나는 주제 넘게 어른들 틈에 끼어들어, 가사까지 아우르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교재는 누르스름한 갱지에 등사본으로 찍어낸 정간보였습니다. 나는 지금까지도 그 가사보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김기수(金琪洙, 1917-1986)선생의 지침 또한 나의 좌우명입니다. 훈훈한 인간미에 인품마저 군자의 상을 닮아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분이셨습니다. 선생께서 발간하신 정가집은 내면에 숨겨져 있는 이면적인 시김새 하나까지도 소홀함이 없는 정간악보입니다. 오늘날까지도 후진들을 위한 전범(典範)으로 길잡이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나의 부족함을 일깨워 주시던 선생님의 자상함이 항상 가슴에 와 닿습니다.
20세기가 낳은 이 시대 대표적인 선가 김월하(金月荷, 1918-1996)선생은 나의 양모요 나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연주가 있을 때면 기억해 두셨다가 잘잘못을 일일이 지적해주시던 자상함, 그리고 여창가곡의 목 쓰는 법이며 시조와 시창에 이르기까지 따스한 손길을 주시던 일이 엊그제 같기만 합니다.
20세기에 정가계를 주름잡던 미성(美聲)의 주인공 홍원기(洪元基, 1922~1997)선생의 가곡을 통한 인생역정 또한 후진들에게 많은 깨우침을 주신 분으로, 나에게는 한국 가곡의 계보를 잇게 한 분이기도 합니다.
분명 가곡은 내 인생의 소중한 반려자이며 어머니 손길처럼 따스하고 정갈함이 깃들여진 생명의 노래입니다. 인간끼리의 관계는 이해에 따라 상충되기도 하지만, 가곡만은 모든 것을 포용하며 항상 곁에서 기쁨을 주고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삶의 노래입니다. 잡다한 세상사에 쫓기다보니 참된 가르침을 반추해 볼 기회조차 마련하지 못하였음을 늘 아쉬워했습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란 말이 있습니다만, 곁에 두고 마음이 곤고할 때 미래의 희망으로 나를 지켜주던 몇 가지 편린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CD는 지난 시간을 되새겨보는 내 인생의 소중한 경험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 곁에 오래오래 남아 가곡 발전의 작은 밀알의 역할을 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2005. 10
중요무형문화재 제 30호 가곡보유자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국악학과 교수
김경배
韶荷 김경배 프로필
학력 및 경력사항
-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 양성소 졸업(국립국악고등학교 전신)
-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졸업
-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졸업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수료
- 국립국악원 연주원
- 공보부 주최 제1회 5.16기념예술 경연대회 국악부(성악전부문) 수석입상
- 추계예술대학, 한양대학교, 단국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울대학교 강사
- KBS국악대상 2회 수상 (1982년 제1회 및 1995년 제 14회)
- 가곡전곡음반취입 <지구레코드사제작, 고려대민족문화연구원발행>
- 대구광역시, 경상북도 문화재위원 (현)
- 재단법인 월하문화재단 이사장 (현)
-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현)
- 한국가곡보존회장 (현)
- 韶荷歌曲 [김경배 가곡] 발매 <신나라뮤직 2CD 17곡>
- 가곡 독창회 수회 개최 (’80,’82,’95,’98년)
- 사사 : 이주환, 이병성, 김기수, 홍원기, 김월하
-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국악학과 교수(현)
논문 및 저서
<현행 우조가곡의 창법 연구>
<현행 가곡의 가성법과 육성법 연구>
<현행 가곡의 갈라 치는 장단 고찰>
<메나리·산유회·어사용의 특질고>
<<가악선I, II>> 한국가곡보존회 발행
<<시조창보>> (재)월하문화재단 발행
<<가사보>> 은하출판사 발행
<<가곡보>> 은하출판사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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