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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칠머리당굿
제주도는 동해안지역과 함께 무속활동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섬이라고 하는 자연환경이 그만큼 혹독하게 많은 시련을 안겨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의 고통과 언제 닥쳐올지 모를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굿판을 벌렸다.
그 굿판에서 온갖 신을 불러들여 춤과 노래를 부르고 음식을 대접하면서 마음의 안녕과 풍요를 신에게 빌었다. 굿은 마을 사람들의 신앙이자 축제였다. 굿이 열리는 기간동안 사람들은 일상적인 일을 제쳐두고 신과 하나가 되어 춤과 노래를 즐김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다지고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충전시키는 계기로 삼았다.
제주칠머리당굿은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주영등굿의 하나로 제주시 건입동의 속칭 칠머리당에서 열리는 굿이다. 이 당굿에서도 다른 영등굿과 마찬가지로 영등신을 주신(主新)으로도 모신다. 영등신은 바람과 비를 관장하는 신으로 어부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해녀들의 주된 채취물인 소라나 미역, 전복 등을 증식시켜주는 수호신이다. 칠머리당굿에서는 이 영등신과 함께 본향당신인 '도원수감찰지방관'관 '용완해신부인'의 두 부부신을 모신다. '도원수감찰지방관'은 마을의 토지와 주민의 생활을 관장하는 신이고 '용왕해신부인'은 어부와 해녀를 보호하는 신이다.
제주도에서는 무당을 '심방'이라 부른다. 심방은 노래와 춤으로 굿을 주재해 나가며 '소미'가 심바을 도와 악기를 치거나 간단한 축원을 한다. 소미가 치는 악기를 '연물'이라 한다. 제주도굿에 쓰이는 연물에는 '장귀'라 불리는 장구와 북, '설쇠', '대영'(징)이 있다. 장구는 작고 세 부분으로 분리할 수 있어 가지고 다니기 쉽게 되어있고, 북은 농악 북처럼 노끈이나 가죽끈으로 양쪽 가죽을 번갈아 얽어맨 것이다.
북은 얕은 바구니 위에 얹어 놓고 치는데 양손에 대나무 밑둥으로 만든 채를 쥐고 오른쪽만을 치는 것이 특징이다. 설쇠는 불룩 나온 놋쇠그릇으로 엎어 논 체나 방석 위에 얹어 놓고 친다. 설쇠의 소리는 매우 맑고 놓은 것이 특징이다. 대영은 농악에 쓰이는 징보다 얇게 만든 것인데 제금처럼 파열음을 내면서 장단에 힘을 더한다.
제주칠머리당굿은 오랫동안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고기를 잡고 미역을 따서 생활하는, 어부들과 해녀들이 존재하는 한 이 굿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이굿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진귀한 음악세계와 만난다.그 음악은 먼 과거의 원시음악의 푸근함을 갖고 있으면서도 21세기 미래음악에의 가능성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
이인원(국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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