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www.kermoongoh.com/test0.htm 에서 퍼옴 :
"감고 탈제 학(鶴) 날고”
본 영상은 거문고 연주가 이재화의 ‘감고와 감舞’ 초연 공연 실황이다. ‘감고’는 거문고의 옛 이름으로 ‘신(神)의 현악기’ 혹은 ‘하늘의 현악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감舞’는 ‘神’과 ‘하늘’을 뜻하는‘감’과 ‘춤’을 결합하여 만든 새 용어인데, 이재화씨의 공연 ‘감고 탈제 학 날고’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감고 탈제 학 날고’ 공연은 한국 전통음악과 거문고를 위해 새로 창작된 거문고곡으로 구성되었으며, 청중들은 연주자들의 음악을 귀로 들으며, 눈으로는 학춤 영상을 감상하면서 거문고와 학춤의 이미지가 음악을 통해 다양하게 어울리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이 공연은 춤과 음악을 의도적으로 맞추기 위해 특별한 연출을 한 것이 아니다. 먼저 학춤을 본래의 장단과 춤 구성에 맞게 촬영을 하고, 이 영상을 공연장에서 거문고 음악과 동시에 상영함으로써 춤은 춤대로, 음악은 음악대로 흘러가게 하는 방법으로 기획되었다. 따라서 학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장단이 열 두박으로 이루어진 굿거리장단(12/4) 만으로 추는데 비해 연주자들의 음악은 6박과 12박, 5박, 자유리듬 등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춤과 음악의 부조화가 필연적으로
내재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을 깨고 실제 공연에서는 춤과 음악이 비껴가는 듯하다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변화무쌍한 감흥을 자아내었으며, 특히 학춤은 한가지인데 거문고 음악이 ‘도드리’와 ‘산조’,‘창작곡’을 연주할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또한 ‘감고 탈제 학 날고’ 공연의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이재화 작곡 ‘비현(飛弦)’
이재화 작곡 ‘비현’은 개량 거문고인 회현금(回玄琴)을 위한 창작품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감고’ 소리에 온 누리가 평안하기를 바라는 기원을 표현한 작품으로 음악적으로는 한국, 중국, 일본, 동양 3국의 정서를 포함하였다.
<회현금>은 거문고 음악의 표현 폭을 넓히기 위하여 기존 거문고 구조에 탈, 부착이 가능한 선율현 1현과 개방현 3현을 얹어 9현과 10현을 겸용할 수 있도록 거문고 연주가 이재화가 새롭게 고안한 개량거문고이다.
이재화는 이 거문고에 구름과 비가 순회하는 듯 윤회하는 자연의 이치와 섭리와 거문고의 정신성을 나타내기 위해 새로 얹은 현에 ‘회현(回絃)’, ‘운현(雲絃)’, ‘상우현(上雨絃)’, ‘하우현(下雨絃)’이라는 상징적인 이름을 달았다.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
거문고 산조는 19세기말에 형성된 산조양식을 거문고로 연주하는 독주곡이다. 산조는 연주 중에 이루어지는 즉흥 창작, 농현 등으로 표출되는 현란한 기교, 조와 장단의 결합을 통한 다양한 테마의 전개, 악기가 지니는 고유의 특징과 매력을 유감없이 드러내주는 음악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 중 한갑득(1919-1987)류 거문고 산조는 산조의 이러한 음악 특징을 바탕으로 방대한 가락을 일구어낸 불세출의 거장, 한갑득 명인의 음악으로 전승되는 거문고 산조의 한 유파이다.
‘도드리’
도드리는 조선시대 선비 풍류음악으로 전승되어 온 곡으로 합주와 독주, 병주 등, 다양하게 연주된다. 도드리는 한 장단이 여섯박자(6박)로 되어 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속도 변화없이 거의 매 박자에 음이 하나씩 붙는 매우 단순한 곡이다. 또 선율형도 반복이 많다. 도드리의 이러한 성격은 다양한 농현과 시김새의 표현을 통해 음악 미감을 추구하기보다 음악에서 절제와 중용의 미감을 얻고자 한 선비들의 학예(學藝) 정신과 통한다고 할 수 있다. 도드리는 음역을 달리해 연주하기도 하는 ‘웃도드리’와 ‘밑도드리’가 있다.
<쟈켓홍보글>
이재화 거문고 독주회
“감고 탈제 학(鶴) 날고”
“눈으로 보는 거문고 소리- 거문고 당당 노래하니 두루미 둥둥 춤을 춘다”
눈 풀풀 蝶尋紅(접심홍: 나비가 붉은 색을 찾고)이요
술 튱튱 蟻浮白(의부백: 개미는 흰 빛으로 둥둥 뜨는구나)
거문고 당당 노래하니 두룸이 둥둥 츔을 츈다
兒喜야 柴門에 개 즛즈니 벗 오시나 보아라.
(金煐,『가곡원류』)
학춤 영상을 배경으로 거문고 연주회를 하겠다는 이재화 교수의 계획을 들으며 맨 처음 떠오른 것은 ‘눈으로 보는 거문고 소리’라는 이미지였습니다. 소리를 귀로 듣지 않고 눈으로 본다니... 역설적이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예술의 감흥은 이런 ‘역설’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소리의 시각적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좀 키워 볼 수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에 매화 그림을 최고로 잘 그렸다는 조희룡(趙熙龍)은 ‘옛 사람의 문자는 먹물에 불과하지만 그 소리는 깊고도 은은하다. 나는 이 그림 속에서 신선의 음악을 듣는다’고 했고, 조선시대 강대곤(姜大崑)이라는 분은 지리산의 매화 향기를 천리 밖에서도 들었노라며 ‘문향천리(聞香千里)’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런가 하면 차의 도(道)를 를 말하는 이들은 고요한 마음으로 차향(茶香)을 ‘보고 듣는 것’을 중요한 경지라 하고, 법정스님은 ‘꽃에다 코를 대고 씽씽 맡는 것은 꽃에 대해서 결례가 될 것이니 꽃향기를 코로 맡지 않고 들어보는 ’운치있는 문향 ‘을 권유합니다.
모두 일상적인 체험과 한참 거리가 먼 역설적인 표현들이지만, 선인들의 묵향 자취에서 소리를 듣고, 코로 스며든 향기를 귀로 듣는다는 그 경지는 분명 감히 넘볼 수 없는 멋진 표현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소리 세계로 돌아와 동서양의 많은 음악가들이 ‘음(音)’이라는 무형의 붓으로 그려 온 소리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면서 음악가들이 ‘소리 그림’을 그리는 동안 마음으로 공감했을 그 순간들이‘시공(時空)’의 한계를 벗어나 자유롭게 오가는 절대 예술의 경지를 생각합니다.
좋은 그림에서는 음악이 들리는 듯 하고, 좋은 음악에서 그림이 보이는 듯한 경지. 그 속에 노닐 줄 아는 이들의 무심(無心)한 ‘풍류 놀음’ 야 말로 누구나 꿈꾸는 예술체험일 것입니다.
이번 연주회에서 이재화 교수는 거문고 소리라는 ‘형체 없는 붓’으로 학춤 그림을 그리고, 학춤을 추는 백성스님은 학춤 동작으로 거문고 소리를 그려냅니다.
아담하고 정취있는 조선 선비의 뜰에서, 아름다운 민족의 산야(山野)에서, 또는 고려 청자의 운학(雲鶴) 무늬 속에서, 고구려의 왕산악이 거문고를 연주하여 검은 학을 춤추게 했던 고구려 궁정 뜰에서 … 한국인의 풍류마음을 가다듬어 온 거문고 소리를 비로소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열어 줄 것입니다.
그리고 또 백성스님은 무아(無我)의 경지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학의 몸짓을 통해 지조있는 선비와 탈속한 신선의 세계, 그리고 범부의 탐욕을 벗어난 자유인의 세계를 ‘무성(無聲)의 거문고 소리’로 들려줄 것이라 기대됩니다.
소리없는 춤에서 소리를 듣고, 형체 없는 소리에서 그림을 보는 이재화교수 거문고 음악회에서 특별하고도 비일상적인 체험이 많은 이들에게 우리 예술의 깊고 아름다운 세계를 맛보게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거문고 음악가 이재화 교수를 생각하면....
거문고 연주가 이재화 (李在和, 추계예술대학교 부교수)는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 양성소를 졸업하고, 서울 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및 대학원 졸업했다. 서울시립 국악관현악단 단원으로 활동하는 한편, 거문고 명인 한갑득 명인을 사사하면서 ‘현대 거문고 음악인’의 모습을 끊임없이 새롭게 모색해왔다.
지금까지 이재화의 음악이력을 보면 그가 그리는 ‘현대 거문고 음악인’의 상은 전통을 계승하는 연주자로서 손색없고, 동시에 새로운 창작의 세계를 찾아나서는 데도 부지런한 개척자의 모습인 듯하다.
전통 계승자로서 이재화는 정악거문고의 맥을 짚어 보는 ‘이왕직 아악부 이수경 거문고 회상 독주회’('98년)를 개최하고, 거문고 수법의 체계를 정리, 연구한 논문을 발표하는가 하면, 한갑득 명인을 사사하는 동안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의 가장 세밀한 기록자이자 연주가라는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한갑득류 전바탕 88분 최초 정리 완주회('97년)’은 그런 이재화의 활동을 알려주는 중요한 음악회로 기억된다.
이재화는 현재 무형문화재 제16호 거문고 산조 전수교육 조교이며,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 보존회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한편, 거문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는 창작자 이재화는 전래의 거문고 만으로는 창작세계를 찾아나서는 데 한계를 느끼고 과감하게 악기의 개량을 시도했다. 1980년대부터 몇 단계의 과정을 거쳐 발표된 이재화의 개량거문고는 (2001)년에 ‘새거문고 회현금(回玄琴)’으로 모습을 드러냈다.(특허 등록 제0402404번). 뿐만 아니라 이재화는 이 악기를 위해 직접 여러 곡의 거문고 작품을 썼으며, 뜻을 같이하는 제자들과 함께 연주단(임전거문고회)를 결성하여 정기적인 공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새 거문고를 위한 대표적인 작품은 ‘ 관음별곡’ 등이다.
그리고 2004년. 이재화는 거문고 음악의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감고 탈제 학 날고’라는 특별한 공연을 기획하였다. 이 공연에서 이재화는 거문고라는 악기의 역사성, 정신성, 음악성, 문화성을 한데 아우르고자 시도하였으며, 또한 ‘가무’가 결합된 형태를 통해 거문고 음악의 어제와 오늘을 자연스럽게 감싸 안아 오늘과 내일의 청중들에게 거문고를 알려주고 싶어 한다.
이재화는 최근에 낸 거문고 산조 음반에 ‘금향취정(琴響取靜: 거문고 소리에서 고요함을 얻는다)’라는 부제를 달았는데, 사실 이재화라는 음악인의 전통을 향한 진지한 접근과 새로움을 찾으려는 수그러들 줄 모르는 ‘열정과 욕망’을 생각하면 좀 어울리지 않는 제목처럼 보이기도 한다. 잠시도 고요할 틈 없이 무엇인가 또 ‘일’을 벌이는 연주가가 말하는 ‘고요’란 무엇일까. 우리는 이 부지런하고 일 좋아하는 거문고 연주가가 던지는 ‘고요’라는 화두(話頭)를 그의 음악을 들으며 오래오래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송혜진(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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