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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王職雅樂部 제4기생 一超 김종희·桐隱 이창규 선생
米壽 기념 가즌회상·가곡의 무대
팔십 평생을 함께 한 동갑내기 두 어르신... 한 달에 두 번 정도, 정오 쯤 모여 풍류와 가곡을 젊은 국악동호인 몇몇과 함께 한 후, 한 두 잔의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면서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시기도 하는 두 원로 선생님... 가끔은 서로 자기가 형님이라 우겨대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면서 젊은이들을 즐겁게 해주시는 올해 여든여덟의 일초 (一超) 김종희(金鍾熙) 선생님, 동은(桐隱) 이창규(李昌奎) 선생님...
일제시대인 1918년 종로에서 태어나 청운공립보통학교(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만난 두 분은 졸업 후 1931년 이왕직아악부(李王職雅樂部) 제4기생으로 함께 입학하여 맺은 국악과의 인연으로 팔십년 우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제시대와 해방 이후의 어려웠던 시절에도 악기는 늘 곁에 두었다는 두 분 원로 선생님은 우리 음악을 업이 아닌 진정 좋아하면서 즐기시는 동호인이라 여겨집니다.
여름을 지날 무렵 일초 선생님께서 날씨가 선선해지면 매주 만나자는 말씀을 하십니다. 요즘 들어 적적하심이 더하신지 자주 만나 풍류하자고 하시고, 만나는 날 하루 이틀 전에는 더욱 전화를 자주 하십니다. 아마도 두 어르신의 뜻이 같으리라 생각됩니다. 연습 장소인 사당동 한소리국악원의 4층 연습실, 요즘들어 잦은 기침에다 무릎 통증을 호소하시며 계단 난간을 잡고 오르내리시는 모습에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되니 더욱 두 분의 소중함을 되뇌이게 됩니다. 여러 생각 끝에 마침 올해로 미수를 맞은 두 어르신을 모시고 조촐하게나마 함께하는 무대를 마련하여 축하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일초 선생님의 국악사양성소 제자인 대금명인 조창훈 선생께서 함께하시면서 힘이 됐고 또한 두 어르신의 반주로 가곡 음반을 낸 바 있는 변진심 선생께서도 기꺼이 동참하시게 되어 더욱 뜻 깊은 축하무대로 빛나게 되었습니다.
오래오래 구십 수 백수를 누리셔야 할 텐데... 세월이 그때까지 기다려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함을 숨길 수가 없는 것이 비단 자리를 함께 한 분들 뿐만은 아닐 것이라 여깁니다.
<모시는 글에서>
해 설
가즌회상은 정악곡으로 풍류음악이다. 영산회상을 모태로 연주되는 여러 모음곡 중에서도 가장 길게 연주하는 대곡이다.
오늘 연주하는 가즌회상의 특징이라면 현재 연주되는 형태의 곡 순서와는 달리 계면다스름가락을 연주한 후에 영산회상의 첫 곡인 상령산으로 이어짐에 있다 하겠다. 이러한 연주형태는 고문헌에서도 찾아 볼 수 있으며 음반으로는 그 유명한 전설속의 명인 전추산 선생의 풍류 음악 연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종갓집 격인 현악영산회상에 계면 다스름 가락과 도드리, 돌장 그리고 계면가락도드리로 시작되는 천년만세를 넣어 계속해서 연주하므로 써 말 그대로 모든 풍류음악을 갖추었다는 의미가 담겨있고 한 시간이 넘게 소요 된다. 따라서 팔십 여년을 악기와 인연을 맺어온 두 원로 선생님의 음악은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일초 선생님은 일제 시대 이왕직 아악부 제4기생으로 입교하여 지도 사범이 정해주는 전공악기로 해금을 익혔다. 졸업 후에는 국립국악원에 오랫동안 재직하면서 연주활동과 함께 수많은 국악사양성소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퇴직 후에는 민속악 계통에서도 연주활동을 하면서 전해오는 여러 민속악을 채보하여 정간악보로 만들기도 하였다. 또한 중국어, 일본어, 영어회화도 구사할 만큼 어학 실력도 능하여 국악원 재직시절 해외 공연 때는 통역을 맡기도 하였다.
동은 선생님은 일초 선생님과 청운공립보통학교와 이왕직 아악부 동기 동창생으로 가야금을 전공했다. 제4기 동기생으로는 모두 고인이 되셨는데, 서울대 교수를 지내시고 많은 국악 관련 저서를 낸 운초 장사훈 박사, 국립국악원 원장과 국악중고등학교 교장을 지내시고 오늘날 정간악보의 틀을 마련한 죽헌 김기수 선생, 대금정악으로 인간문화재에 오르셨던 명금 녹성 김성진 선생, 당대 피리 연주의 불세출 명인으로 일컷는 가농 김준현 선생 등이 있어 오늘의 음악에 끼친 영향을 생각해 볼 때 그 당시 익힌 실력 수준이 어느 정도 인지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하겠다.
졸업 후 공직과 사업을 하면서도 가야금을 늘 가까이 두고 오직 학생 때 배운 정악만을 연주하신다. 국립국악원 지도사범으로 위촉되어 후학을 지도하기도 하셨고 몇 해 전 국립국악원 개원 40주년 기념 화보집 출간 때 실린 다수의 중요한 사진자료는 선생님께서 꼼꼼하게 챙겨뒀다 제공한 것이다.
두 분 원로선생님은 지금도 찾아오는 후학들에게 정악을 전수하는 등 연세에 비하여 강건하시다.
미수를 맞이하신 일초 김종희, 동은 이창규 선생님!
동서양을 막론하여 이만한 연세에 건강을 유지하면서 연주가 가능하심은 극히 드문 일로 우리 모두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참으로 원로 선생님의 귀한 연주무대로 여기면서....
양 정 환(서초국악포럼,한국고음반연구회 회원, 한소리국악원 지도위원, 탑예술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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