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설서 내용입니다. 제작자가 보내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영기 여창가곡 셋째바탕의 의미
범패, 판소리와 함께 한국의 3대 성악에 속하는 가곡은 3장형식의 시조시를 5장형식의 반주 음악에 얹어서 노래를 부르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시조시를 얹어서 부르다 보니 여러 가지 가사가 나오게 마련이고, 반주 또한 가사에 따라 조금씩 다르니 여러 가지일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원래는 수십가지가 있었던 것이 부르는 사람이 많이 없고 또한 선호도가 높은 노래만 불려짐에 따라 현재에 내려오면서부터 점차 사라지고 지금은 88곡이 악보화 되어서 전해지고 있다.
음악이란 자꾸 무대에 올려져야 그 생명력이 이어진다. 가곡 또한 둘째바탕 이하는 잘 연주되지 않는 점에 착안하여 2002년 둘째바탕 발표에 이어 셋째바탕을 발표하기로 하였다. 이는 단순히 둘째바탕 이하의 가곡들을 청중에 알리려는 목적만이 있는 것이 아니며,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는 문서상의 곡들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현재 남아 있는 4바탕의 가곡이 고루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음반을 내면서
이 음반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가곡 전문가들이 출반 한 CD 중에 수록 되어있지 않은 사설을 중심으로 공연했던 연주의 실황을 담은 것입니다. 가곡 한바탕은 대부분 故 이주환 선생님 가곡보(서울: 국립국악원 가곡연구회, 1959년)에 수록된 사설을 기준 삼아 공연되어집니다. 본인이 전수받은 가곡 한바탕의 사설도 이와 같고 현재 가장 많이 불리워지는 사설입니다. 가곡의 여러 바탕이 가집(歌集)의 연음표에서 32정간의 악보로 이후 16정간의 악보로 정리, 보완된 이래 두루 공연되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현재 전수되지 않고 악보로만 남아 있는 곡들을 무대에 올리고 싶은 생각에 둘째바탕의 발표회를 가졌었고, 故 이주환 선생님의 「續 가곡보」(서울: 국립국악원 가곡연구회, 1962년)와 김기수 선생님의 「여창가곡 여든여덟닢」(서울: 은하출판사, 1980년)을 참고하였습니다.
악보로 전해지는 가곡의 사설은 이수대엽 7수, 중거 6수, 편수대엽 10수 등 곡에 따라 가짓수가 다릅니다. 따라서 현재의 악보로는 넷째바탕까지가 가능하며 (여창가곡 15곡을 기준), 88수 중 ‘반엽’은 두 수만이 악보로 전하고 ‘태평가’는 한 수만이 전하므로 다른 바탕을 부를 때 중복이 불가피 합니다.
이 음반에 수록된 곡의 사설이 유성기 음반이나 LP음반에 기록이 있는지 살펴 보았습니다. 공연할 열 곡 중 여덟 번째 곡인 ‘계락’은 Polydor 19010-A(고음반연구회 배연형 소장)에 서산호주의 노래로 수록되어 있고 아홉 번째 곡인 ‘편수대엽’은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제작한 「최정희 가곡 가사」(1974년에 최정희님이 김호성님의 대금 반주에 부른것 임)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여섯 번째 곡인 ‘평롱’은 일稠 K195-A에 「노래 弄 却說이라 玄德이ㅡ 병창 조모란 김연옥」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현재 소장자가 없어 음원을 들을 수 없습니다.
유성기 음반의 흔드는 음이나 표현법은 현재의 가곡악보와 몇 군데씩 다른점이 있으므로 참고로 할뿐 본인이 전수받은 발성으로 악보에 준하여 노래하였습니다.
이 음반을 통하여 가곡의 다양한 노랫말이 널리 불리워지기를 바랍니다.
가곡 예능보유자 김 영 기
>>곡목해설
신경숙 (한성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 우조 이수대엽
내 언제 신(信)의 없어 님을 언제 속였관데
월침삼경(月沈三更)에 온 뜻이 바이 없네
추풍(秋風)에 지는 잎 소래야 낸들 어이 하리요
월침삼경(月沈三更): 달없는 깊은 밤. 바이: 전혀.
황진이의 작품. 화담 서경덕은 약속 한 황진이가 오지않자, 홀로 앉아 기다리는 마음을 가곡 한수로 읊어냈다. 밖에서 이를 들은 황진이가 응답으로 지은 노래이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오지 않는다고 하시지만, 내가 언제 약속을 어긴 적이 있나요. 깊은 밤 바람소리에 떨어지는 낙엽 소리를 나로 알고 착각하셨다지만, 그 소리까지야 제가 어찌 할 수 있나요.
- 우조 두거
녹수청산(綠水靑山) 깊은 골에 청려완보(靑藜緩步) 들어가니
천봉(千峰)에 백운(白雲)이요 만학(萬壑)에 연무(煙霧)로다
이곳이 경개(景槪) 좋으니 예 와 놀려 하노라
청려완보(靑藜緩步): 청려 지팡이를 짚고 느리게 걸음. 천봉백운(千峰白雲): 수많은 봉우리에 걸려있는 흰구름.
만학연무(萬壑煙霧): 수많은 골짜기에 낀 안개. 예: 여기.
지팡이 하나 짚고, 천천히 깊은 산골짜기로 들어간 시인. 그는 수많은 봉우리와 골짜기에 구름과 안개 서린 절경을 발견하고는 여기에 와서 놀겠다며 탄복한다.
- 우조 우락
물아래 세(細)가락 모래 아무만 밟다 발자취 나며
님이 나를 아무만 괴인들 내 아든가 임의 정(情)을
광풍(狂風)이 지붓친 사공(沙工)같이 깊이를 몰라 하노라
세(細)가락 모래: 잔 모래. 아무만: 아무리. 괴인들: 사랑한들.
광풍(광풍): 미친 듯 부는 바람. 지붓친: 바람에 불린.
이 노래는 정조 때, 안동의 한 가기(歌妓)가 서울에 올라와 '낙(樂)' 악곡으로 불러 장안에 화제가 되면서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님의 사랑은 헤아릴 길 없는 신비이다. 시인도 모래에 발자취 생기지 않듯 또 광풍 앞에 당황하는 사공마냥 님의 정, 그 깊이를 모르겠노라고 노래한다.
- 반우반계 반엽
담안에 섰는 꽃이 모란(牧丹)인가 해당화(海棠花)인가
햇득 발긋 피어있어 남의 눈을 놀래느냐
두어라 임자 있으랴 나도 꺾어 보리라
해뜩발긋: 흰빛과 밝은 빛이 뒤섞인 모양.
담안에 희고 붉게 피어있는 저 꽃들은 모란일까 해당화일까. 그 아름다움이 사람들의 눈을 놀라게 한다. 설마 저 꽃에 임자가 따로 있을까. 나도 그 예쁜 꽃을 꺽어 보겠다고 노래한다.
- 계면조 평거
사랑 거즛말이 님 날 사랑 거즛말이
꿈에 와 뵈단 말이 긔 더욱 거즛말이
날 같이 잠 아니오면 어느 꿈에 뵈리요
사랑은 아무리 해도 충분치 않다. 님께서는 날 사랑한다고도 또 꿈에 찾아오겠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사랑 때문에 나는 불면의 밤을 보내는데 어떻게 꿈에 볼 수 있겠는가. 그러니 사랑이란 말은 본디 거짓말인 듯.
- 계면조 평롱
각설(却說)이라 현덕(玄德)이 단계(檀溪) 건너갈 제 적노마(的 馬)야 날 살려라
앞에는 긴 강이요 뒤에 따르나니 채모(蔡瑁)로다
어디서 상산(常山) 조자룡(趙子龍)은 날 못 찾아 하느니
각설(却說): 이야기를 바꿀 때 쓰는 말. 현덕: 촉한의 시조 유비. 단계(檀溪): 중국 호북에 있는 험한 시내.
적노마(的?馬): 유현덕이 단계를 뛰어넘을 때 탔던 말. 채모: 위나라 유표의 심복.
상산(常山) 조자룡: 유비의 장수로 상산에서 태어남.
사람들이 매우 좋아한 삼국지의 한 대목을 노래함. 조조한테 쫓진 유현덕은 유표에게 의탁한다. 그러나 현덕에 대한 유표의 지나친 환대와 신임을 시기한 채모는 현덕을 제거할 계획을 세워놓고, 그를 초대한다. 무언가 예감한 현덕은 장수 조자룡을 데리고 갔는데, 그만 조자룡은 술을 먹게 된다. 뒤늦게 위기를 알게 된 현덕은 적노마를 타고 도망간다. 그런데 아뿔싸 앞에는 험난한 단계가 놓여있고, 뒤에는 채모의 군사들이 추격한다. 이 와중에 적노마는 단계가 두려워 건널 생각을 않는다. 진퇴양난의 유비는 부르짖는다. 조자룡은 어찌하여 날 못 찾는가.
- 반우 반계 환계락
사랑을 사자하니 사랑 팔 이 뉘 있으며
이별을 파자하니 이별 살 이가 뉘 있으리
사랑 이별을 팔고 살 이 없으니 장(長)사랑 장(長)이별인가 하노라
장(長)사랑: 긴 사랑. 장(長)이별: 긴 이별
사랑을 사고 싶어도 파는 사람 없으니 길이 사랑할 수밖에. 또 이별을 팔고 싶어도 사 줄 사람 없으니 길이 이별일 수밖에. 사랑과 이별, 그 불가항력을 노래하고 있다.
- 계면조 계락
노세 노세 매양(每樣) 장식(長息) 노세 밤도 놀고 낮도 노세
벽상(壁上)에 그린 황계(黃鷄) 수탉이 홰홰쳐 우도록 노세 노세
인생이 아침 이슬이니 아니 놀고 어이리
매양(每樣) 장식(長息): 쉬지 않고 언제나. 벽상(壁上): 벽 위. 황계(黃鷄): 누런 닭. 홰홰쳐: 홰는 닭이 올라가 앉도록 닭장 안에 가로질러 놓은 막대. '홰를 쳐서'의 뜻.
짧은 인생이니 즐기며 살아가야 한다고 노래한다. 그런데 벽에 걸어둔 그림 속 누런 수탉이 울 때까지 놀자고 한다. 그림의 닭이 살아나 울 리 만무하니, 그만큼 오래도록 놀자고 한 표현이 이채롭다.
- 계면조 편수대엽
다인난(待人難) 다인난 하니 계삼호(鷄三呼) 하고 야오경(夜五更) 이라
출문망(出門望) 출문망하니 청산(靑山)은 만중(萬重)이요 녹수(綠水)는 천회(千回)로다
이윽고 개짖는 소리에 백마(白馬) 유야랑(遊冶郞)이 넌ㅈ이 돌아드니
반가운 마음이 무궁탐탐(無窮耽耽)하여 오날밤 서로 즐거움이야 어느 끝이 있이리
대인난(待人難): 사람을 기다리기가 힘이 듦. 계삼호(鷄三呼): 닭이 세 번 울음. 야오경(夜五更): 새벽.
출문망(出門望): 문에 나서서 바라봄. 만중(萬重): 만 겹. 천회(千回): 천 굽이.
유야랑(遊冶郞): 노는 사람. 넌즛이: 넌지시, 가만히. 무궁탐탐(無窮耽耽): 한이 없음.
'님 기다리는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문 앞에 서서 목이 빠지게 님을 기다리는 시인의 눈 에 청산과 녹수는 첩첩인 듯 아득하게만 보인다. 어느덧 새벽에서야 돌아온 님은 필경 어디가 밤새 놀았을 것이다. 비록 그럴지라도, 반가운 시인의 마음은 이제부터 님과 보낼 즐거운 시간에 들떠있다.
- 계면조 태평가
(이랴도) 태평성대 (太平聖代) 저랴도 성대(聖代)로다
요지일월(堯之日月)이요 순지건곤(舜之乾坤)이로다
우리도 태평성대니 놀고 놀려 하노라
요지일월(堯之日月): 고대 중국의 태평했던 요임금 때의 해와 달. 즉 태평시절을 말함.
순지건곤(舜之乾坤): 고대 중국의 태평했던 순임금 때의 하늘과 땅. 즉 태평시절을 말함.
명종 때의 학자 성수침(1493-1564)의 작품. 그는 조광조의 제자인데 기묘사화로 스승이 처형되자 과거를 단념하고 <대학><논어>를 읽으며 성리학에 몰두. 효성이 지극했던 그는 오직 학문에 전념하며 만년을 파주에 은거하며 보냈다. 난세에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알았던 그였기에 이 노래에서 태평성대를 노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영기 프로필
경주에서 출생한 김영기는 국립국악고와 서울대 국악과 및 동 대학원 졸업하였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전수장학생, 이수자, 전수조교를 거쳐 2001년 보유자 지정을 받았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원, 중앙교육연수원·경기문화재단·원광대·한국예술종합학교·국립국악고 강사를 역임하였으며, 일본·미국 등 해외공연과 다수의 협연, 개인발표회 6회의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음반으로는 김영기 여창가곡 Ⅰ·Ⅱ·Ⅲ, 21세기를 위한 KBS FM의 한국전통음악시리즈19 『한국의 전통음악 시조』가 있으며 KBS국악대상을 수차례 수상하였다. 현재 KBS국악관현악단 부수석·월하여창가곡보존회 회장·(재)월하문화재단 이사·월하전통문화원·정농악회·한국음악사학회 회원, 서울대·영남대·서울국악예고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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