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의 머리말 :
민요의 고장, 흥해
민요를 찾아다닌 지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처음에는 내가 교편을 잡고 있던 청하면의 마을을 대상으로 하였고, 차츰 영일군 전 지역을 대상으로 했다.
1980년대 말부터 10여 년 간 채록한 자료로 1999년에 445편의 민요를 수록한 『포항지역 구전민요』(포항문화원)라는 민요자료집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책은 사설자료만 보여 줄 뿐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녹음자료가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16년이 지난 뒤에야 음반(CD)으로 된 자료집 『소리로 듣는 포항의 민요』(2005)를 만들 수 있었다. 1990년대 6,7,80대이던 가창자들은 거의 다 고인이 되고 말았다.
음반으로 된 자료집이 나오자 이 소중한 자료를 보존·전승하기 위한 노력이 보이기 시작했다. 흥해농요보존회가 생겨난 것도 그러한 움직임의 하나다. 민요를 하는 국악인 박현미 선생이 흥해의 민요를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고, 곧바로 흥해농요보존회가 결성으로 이어졌다. 흥해농요보존회는 결성되자마자 흥해읍사무소 강당을 빌려 ‘흥해 농요 배우기’ 강좌를 개설했다. 그러면서 흥해농요 보존을 위한 학술 심포지엄도 열었다. 그러나 강좌를 운영하면서 절실하게 다가온 것은 흥해지역 민요를 한 곳에 모은 자료집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교재 역할을 할 자료집이 있어야만 체계적인 전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러한 필요성에서 기획되었다.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채록된 흥해지역 민요를 사설자료와 음원을 모두 수록하되, 이해하기 쉽게 해설도 곁들이고, 중요한 곡은 악보까지 덧붙이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분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기본자료는 1990년대에 민요를 채록한 박창원의 자료가 바탕이 되었지만 근래에 박현미 회장이 보충 채록을 했다. 악보로 만드는 일은 한국아이국악협회 권태룡 회장께서 도와 주셨다. 무엇보다도 토요일마다 읍사무소 강당에 모여 흥해 농요를 배우는 포항흥해농요보존회 회원들의 성원이 가장 큰 바탕이 되었다. 모든 분께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린다.
연구에 의하면 흥해지역은 예로부터 민요가 풍부하게 전승되어 온 곳이다. 지금까지 포항지역의 민요를 소개한 자료집을 보면 포항지역 전체의 민요 중에서 흥해지역의 민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그리 흥해지역은 노동요의 다양한 장르가 골고루 발달한 지역이며, 특히 논농사요가 잘 발달해 있다. 논농사요의 발달은 이곳이 넓은 들판과 관개시설의 발달 등 논농사의 기반이 잘 갖추어진 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흥해의 민요는 오랜 세월 동안 이곳에서 뿌리를 박고 살아온 사람들의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흥해의 노래이다. 이 책은 Ⅰ, Ⅱ부로 나뉘어져 있다. Ⅰ부는 지금까지 채록된 80여 편의 흥해 민요를 노동요, 의식요, 유희요로 분류하여 노래마다 사설을 적고, 해설을 붙였다. 이 중 70여 편은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도록 녹음자료(CD)를 첨부하였다. 단일 읍·면에서 이렇게 많은 민요가 채록된 경우는 흔치 않다. 이렇게 보면 흥해는 민요의 보고다. 흥해 민요를 보존하고 전승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Ⅱ부에는 <흥해지역 민요의 전승양상>이란 논문을 실었다. 이 논문은 2018년 10월, 포항흥해농요보존회에서 개최한 ‘흥해농요 보존·전승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것이다.
최근에 포항흥해농요보존회가 조직되어 흥해지역 민요를 보존하고 전승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옛날 논밭에서 일을 하면서,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면서, 마당에서 뛰어놀면서 부르던 노래들을 전승 현장이 아닌, 강당에 사람을 모아두고 재현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흥해가 가진 무형의 문화유산인 흥해 민요를 이 기회에 되살리지 못한다면 두고두고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 포항흥해농요보존회가 앞장서고, 이를 배우려는 주민들이 뒤따르고, 행정기관에서 지원해 준다면 흥해 민요의 전망은 밝다고 하겠다.
2019년 10월
편저자를 대표하여
박 창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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