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설서에서(노한나 선생님이 보내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영동민요 개관
영동군은 충청북도의 다른 지역에 견주어 볼 때 상대적으로 산골짜기가 깊고 산업화 속도가 더딘 까닭에 많은 소리가 남아있는 편이다. 영동지역 민요는 바다가 없고 큰 강이 흐르지 않는 지형 조건으로 인해 고기잡이노래를 찾을 수 없으며, 특이한 점은 밭매는 소리와 같은 부녀자의 노래를 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이 지역이 조선 후기 내내 노론이 장악한 기호지방으로, 오랜 기간 유교적 영향 아래 있었기 때문에 여성의 활동이 다른 지역에 비해 심하게 제약받았던 까닭이 아닐까 짐작할 따름이다.
논일노래로서는 1996년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6호로 지정된 바 있는 영동읍 설계리 모찌기, 논매는 소리가 설계리농요보존회에 의해 완전한 형태로 구연되었다. 다른 마을에서는 모심는 소리 일부, 또는 논매는 소리 일부만 전해지고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상촌면 흥덕리와 용산면 가곡리에서는 남성 가창자에 의한 논농사 일노래가 잘 보존되어 있는 편이다.
그 외의 일노래로서 특기할 만한 것은 용산면 가곡리의 광산일노래 쌍방맹이소리와 목도소리, 학산면 범화리의 집터다지는소리가 있다. 용산면 가곡리는 형석 광산이 있어서 이곳에서 일했던 주민들이 광산이 없어진 뒤에도 일품을 팔면서 불렀기 때문에 광산일노래가 최근까지 전승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두 마을은 일노래 이외에도 많은 민요가 풍부하게 전승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여성일노래로서는 영동읍 설계리의 길쌈노래가 대표적이며 곳곳에서 육아노래를 풍부하게 채록하였으나 아쉽게도 밭매는 소리는 영동 지역에 흔하지 않은 소리인데다 가창자가 대부분의 사설을 잃어버려, 나물뜯는 소리, 고사리꺾는 소리의 일부분만을 들을 수 있었을 뿐이다.
민요중 현재까지 소리가 현장에서 연행되는 장례의식노래는 상여소리, 달기호(회다지소리)를 녹음하였다. 달기호는 상여를 메고 온 상두꾼들이 묘에 관을 넣고 회를 다진 후에 세 차례에 걸쳐 무덤흙을 밟아나가면서 부르는 소리다. 세시의식노래로서의 정월대보름 지신밟기는 연행은 중단되었으나 소리를 기억하는 가창자가 있어 지신밟기 2곡을 수록하였다.
놀이 노래로는 집단 가무시에 남녀 구분없이 칭칭이를 많이 부르고, 여성놀이노래로서는 방아타령, 시집살이노래가 많이 불리어 이 노래들을 다수 수록하였다.
아이들노래는 여러 마을에서 다양한 노래를 채록하였는데, 가장 특기할 만한 것은 여성 집단놀이인 ‘너리기펀지기’이다. 이 지역에서는 강강술래가 제창의 형태로 더러 나타나기도 하는데, 너리기펀지기라는 이름의 군무가 좀더 일반적으로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어린 아이들의 놀이이기도 하나, 혼인 전의 처녀들이 중심이 되어 많이 놀았다는 것을 볼 때 남도의 ‘강강술래’와 비슷한 점이 많아 상당히 주목된다. ‘너리기펀지기’는 놀이이자 노래로서 단독으로 행해지기도 하나, 닭잡기나 청애엮기 등의 다른 놀이들과 함께 하는 경우가 좀더 많다. 전라도의 ‘강강술래’나 경상도의 ‘월월이청청’, ‘놋다리밟기’가 추석을 중심으로 밤이라는 시간에 많이 이루어진 것에 비해 ‘너리기펀지기’는 시기는 정월 설과 보름 사이, 시간대는 낮에 많이 이루어졌다.
-충북 옥천 군남초 교사 노한나
* www.korearoot.co.kr 에서 :
충청북도 영동의 민요 164곡이 CD5장과 해설집이 제작되어 출반되었다.
이 음반의 현장조사와 녹음을 맡은 이들은 코리아루트가 아닌 시골 초등학교 여교사 두 명이다.
아이들의 학교 교과서가 전국적으로 동일한 부분이 있고, 지역적으로 달라지는 부분이 있는데 이 달라지는 부분을 위해 이들은 자료가 필요했다. 그런데 자료가 없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안가르칠 수가 없어서 손수 자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 옛날 노래나, 옛적 아이들 놀이나, 이 지역 식물, 역사 등을 조사했다.
이들의 필요성은 이미 이전부터 그들이 참여했던 모임에서 공유되었던 것들이었다.
충북 지역의 교사모임인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소속 교사들은 이런 작업들을 계속 해오고 있었고, 그것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 이번 작업에도 참여한 옥천 군남초등학교 교사인 노한나 선생님의 '옥천의 민요'였다.
이번 작업에는 옥천의 노한나 선생님과 영동의 부용초등학교 노미란 선생님이 참여했다.
좀더 좋은 자료를 그리고 잘 녹음하기 위한 조언을 위해 코리아루트는 서너 차례 이들과 현장조사를 해봤지만, 이미 이들은 스스로 터득한 바가 조언 이상이었다. 고음질 녹음이라는 장비와 테크닉의 단점 보다, 오히려 이들이 발로 일구어낸 성실성의 장점은 더욱 값진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지역의 민요들이 음반으로 묶여진 사례가 많지 않다.
MBC의 한국민요대전 사업을 통해 대부분의 지역 민요가 다 녹음되었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녹음하러 다녀보면 다닐 수록 새로운 자료가 나오니 충북이라고, 그리고 영동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더욱이 MBC의 여러 지역중 가장 조사가 성글게 되어 있는 곳이 충북 지역이어서,
이 지역의 민요는 누가 나서서라도 다시 한번 정리해볼 필요가 그간 충분히 제기되어 왔다.
그 일의 감당을 바로 이 순진한 여교사들이 했다는 것이 참 의미있다.
지역의 문화가 지역인들에게 인식되었다는 것은 앞으로 이 지역의 미래가 보인다는 말이다.
더욱이 이 지역에서 계속 교육을 해왔고, 앞으로 교육을 하고 있는 선생들이 이 작업을 함으로써, 바로 이 자료들이 교육 현장에서 쓰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 가치를 배가시키는 것이다.
박봉의 선생 월급, 교육의 일 만큼 많은 잡무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련하게 자기돈 들여가며 조사하는 이들을 움직였던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지역문화에 대한 자긍심 때문이었다. 아무 대가 없이 우리 아이들 가르칠 자료 남기겠다고 말하면, 흔쾌히 낯선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불러준 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직도 이 지역에는 많이 있었음을 그래서 다양한 노래 문화가 있었음을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 덕분에 민요를 조사하는 연구자들은 자료의 양이 늘어나는 이익을,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에게는 다시금 고향을, 그리고 우리들의 조상을 떠올리는 이익을, 지역문화, 행정가들은 지역문화 콘텐츠가 긴요한 현대사회에 귀중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이익을 고루고루 공유할 수 있으니, 얼마나 이 작업이 '아름다운 미련함'인지 새삼 느끼게 해준다.
영동민요는 이미 영동읍 설계리가 충청북도 무형문화제 제6호로 지정되어 있어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영동 지역 자체가, 전북, 충남, 경북 등과 이웃하고 있어 아주 다양한 소리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소리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이 음반은 제공하고 있다.
설계리 만큼 다양하고 짱짱한 소리들을 가진 용산면 가곡리의 노래 녹음 또한 값진 결과이다.
초등학교 교사인 만큼 좀더의 관심과 애정을 쏟은 동요는 한장의 CD로 묶여서 나왔다. 그중에서 '너리기펀지기'는 민요 학계에도 잘안알려진 소리여서 상당한 관심이 되리라 예상된다. 전라도의 '강강술래', 경상도의 '월월이청청'같이 부녀자들이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노는 이 지역의 민요이기 때문이다.
민요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진순은 콘텐츠 측면에서 영동의 민요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지금은 문화산업시대이고 민요는 지역문화의 문화자원이다. 특히 민요는 지역적 색채를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어 문화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세계의 흐름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즉 충북과 영동군은『영동군 민요』의 발간과 더불어 매우 가치 있는 문화자원을 확보한 셈이다. 여기에 수록된 어떤 소리는 지역축제에서 공동체의 신명을 끌어내어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다져 줄 수 있고, 또 아이들노래는 교실에서 교육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다."
부디 이런 작업이 의미있구나 느끼는 것을 넘어서서, 지역 지역마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음향으로, 영상으로 어떤 방법으로든 기록해두어야 한다. 어떤 지자체의 노송 세 그루가 죽어가고 있어 이를 살리기 위해 긴급 링겔 주사 등을 맞춰 소생시키는데 억단위의 예산이 쓰였다고 한다.
한 그루의 나무를 대하는 정성의 조금만 할애하면, 아직도 살아있는 문화를 기록할 수 있음을 생각하면 다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문화는 사라지면 어떤 방법으로도 복원할 수 없는 사람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왕 시작했으니 적어도 충북 지역 모두는 조사를 해야지 않겠느냐는, 그러니 내년에도 또 다른 지역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필자의 생각을 내비치자, 노한나 선생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니, 좀더 우리가 바람잡을 필요가 있겠다.
글쓴이/김이연 (코리아루트 선임연구원, PD)
*음반의 배포는 영동문화원에서 맡고 있습니다. 영동문화원 연락처 (043-742-2215)
(수록 CD제목)
CD1. 영동민요 1 - 설계리 노래
CD2. 영동민요 2 - 영동읍, 매곡면, 상촌면
CD3. 영동민요 3 - 심천면, 양강면, 양산면
CD4. 영동민요 4 - 용산면, 학산면, 황간면
CD5. 영동민요 5 - 아이어르는 노래와 아이들노래
(제작staff)
현장조사 - 노한나, 노미란
자료협조 -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사설감수 - 김진순(코리아루트 대표)
제작진행 - 김이연
음반제작 - 코리아루트
제작지원 - 영동문화원, 옥천민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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